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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할머니와 길고양이 소리새/박종흔 올해 80 되신 동물을 사랑하는 천사 할머니. 젊은 시절엔 교직에 몸담았던 어르신이다.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혼자 생활하는 할머니. 서툰 운전 솜씨지만 손수 운전하며 교회에 다닌다. 내가 교회서 그 할머니를 안 지 꽤 되었다. 둘 다 동물을 좋아..
행복한 아침 소리새/박종흔 어젯밤 동네 슈퍼에 다녀오는데 핫바를 먹으며 오는 아줌마가 말을 건다. “혹시 강아지 잃어버리셨어요?” “아뇨, 왜요?” “순대 가게 앞에 길 잃은 강아지 푸들을 묶어 놨는데 주인이 오길 기다리거든요. 혹시 강아지 주인인가 해서요.” 내 손에 사료와 ..
대합실 할머니 소리새/박종흔 수년 동안 역전 대기실 의자서 노숙하는 할머니가 있다. 대합실 맨 앞줄 좌측이 그 할머니 지정석이다. 대합실 의자는 사람들이 눕지 못하게 팔걸이를 설치하고 네 개씩 고정시켜 이어 놨다. 삶의 무게가 가득 담긴 보따리 두 개를 무릎에 올려놓고 팔걸이 ..
할머니와 손수레 소리새/박종흔 장맛비가 그친 습하고 무더운 여름 저녁 운동하기 위해 헬스클럽에 가다가 반대 차선의 손수레에 눈길이 갔다. 자세히 보니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손수레를 힘겹게 끄는데 손수레에는 폐지와 플라스틱이 산처럼 높게 쌓였다. 장정도 버거운 무게 같은데 ..
하늘 사다리 소리새/박종흔 내 고향은 충북 청주 근교의 시골이다. 시골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대부분 추석이 지나고 바로 열린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운동장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잔칫날 같았다 그 시절 시골은 배고픔에 익숙했지만, 그날만큼은 명절 다음날이라 여러 가지 먹을 게 ..
방아쇠 수지 소리새/박종흔 작년 가을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올해도 추석은 빠르게 찾아왔다. 항상 그러하듯 이번에도 명절 열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 예매일 6시에 번개처럼 자판을 눌러서 대기 번호를 받았지만 앞에 1만 명 이상이 있으니 열차표 구하기는 힘들 것 같았..
얼룩 고양이 소리새/박종흔 3년 전 겨울밤 헬스클럽서 운동하고 집으로 갈 때 골목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얼룩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인기척을 느끼고는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 길고양이. 그런데 그 모습이 무척 불편해 보였다. 뒷다리 두 개가 엉덩이부터 부러져 덜렁거리는 몸..
소녀와 빨간 자전거 소리새/박종흔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의 주말 산행. 주말엔 늘 그러하듯 중요한 약속이 없으면 배낭을 둘러메고 산행을 한다. 보통 산악회 참석은 10명 정도가 모이지만 여름엔 참석자가 절반 정도이다. 습도는 높고 무더운 날씨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여름에는 쉼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