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행복한 아침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7. 9. 14. 13:59
        행복한 아침 소리새/박종흔 어젯밤 동네 슈퍼에 다녀오는데 핫바를 먹으며 오는 아줌마가 말을 건다. “혹시 강아지 잃어버리셨어요?” “아뇨, 왜요?” “순대 가게 앞에 길 잃은 강아지 푸들을 묶어 놨는데 주인이 오길 기다리거든요. 혹시 강아지 주인인가 해서요.” 내 손에 사료와 물을 든 걸 보고 강아지 주인인 줄 알았나 보다. 그건 길고양이 저녁인데. “글쎄요, 요즘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어떻게 생긴 강아지인지 궁금해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살펴보니 처음 본 남자한테도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나이는 두세 살 정도 된 똑똑한 수컷 푸들이다. 미용한 것을 보니 애견 미용실이 아닌 집에서 깎은 듯하다. 나는 버림받은 유기견에 무게를 뒀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집으로 데려갈 수 없다. 3년 전에 큰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14년 키우던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반년은 울고 다녔다. 그래서 다시는 동물은 안 키우겠다고 다짐했는데 작년 여름, 아주 어린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키운다. 다 큰 강아지와 고양이가 한 공간에서 동거하기는 어려우니 마음이 아프지만, 그냥 집으로 왔다. 아내에게 그 강아지 얘기를 하면서 눈치를 봤지만 별 관심 없는 듯, 하던 일만 계속한다. 아마 아내도 속으로는 마음이 아플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곳에 갔더니 포장 끈으로 목줄을 한 강아지가 짖고 있다. 거기서 홀로 밤을 지새웠나 보다. 다시 집에 와서 사료와 물을 챙겨서 강아지에게 갔더니 낯익은 동네 할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있다. 안쓰러운 눈빛으로 강아지 눈을 바라보더니 나에게 말을 건다. “참 불쌍하네요. 주인이 찾으러 올지 몰라서 데려갈 수도 없고.” “글쎄요, 제가 볼 땐 강아지를 버린 것 같아요. 혹시 주인이 찾으러 오면 주면 되죠. 제가 증인이 될 테니 키우고 싶으시면 데려가세요.” 새벽예배를 다녀온다는 할머니. 16년 키우던 강아지를 보냈다며 그 강아지를 어루만지신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안고, 나는 할머니 성경책을 들고 그 할머니 집으로 갔다. 가져갔던 사료를 주고 돌아서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푸들, 너는 복 받은 놈이다! 오래 살아라.” 이른 아침,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 행복한 아침!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수 좋은 날  (0) 2018.04.03
    천사 할머니와 길고양이  (0) 2018.04.01
    대합실 할머니  (0) 2017.09.12
    할머니와 손수레  (0) 2016.07.20
    하늘 사다리  (0) 2016.07.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