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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수 좋은 날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8. 4. 3. 05:20

     

     
    
        운수 좋은 날 소리새/박종흔 4월 둘째 날 아침부터 고양이가 사고를 쳤다. 김치 통에 가득 보관 중이던 들깨를 엎어버렸다. 들깨 향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배변 통의 모래로 착각해서인지 자루 안의 들깨도 종종 퍼낸다. 한 그릇 정도의 들깨가 베란다에 쏟아졌다. 뒤처리 담당은 내 소관이라 청소기를 말끔히 비운 후 청소기로 들깨만 빨아들였다. 대야에 물을 채워 담그고 뜰채로 물빼기를 반복했지만 들깨만 골라내긴 힘들었다. “여보! 안 되겠어. 이거 깨끗하게 하기 힘든데 그냥 새나 줘야겠어.” 그러자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한다. 순간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좀 후에 또다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바구니에 가득 담겼던 찹쌀을 아내가 실수로 쏟은 것이다. “어떡해! 저걸 어쩌지?” 아내의 탄성에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청소기를 들었다. 그런데 쏟은 찹쌀이 꽤 많았다. 청소기 통을 두 번 채웠으니. “아휴! 이것도 새나 줘야겠다.” 하면서 아내 눈치를 보니 금방 그러란다. 다시 번지는 나의 미소. 나는 오래전부터 비둘기와 참새 그리고 길고양이에게 가끔 먹이를 준다. 주변 사람과 가끔 마찰이 있지만 그렇게 해야 맘이 편하다. 옥수수처럼 알갱이가 큰 것은 비둘기가 먹고 쌀이나 보리쌀은 참새가 먹는다. 요즘 새들 먹이가 부족했는데 이게 웬일? 아침부터 입이 벌어진다. 아!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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