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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너처럼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8. 8. 21. 19:24
        나도 너처럼 소리새/박종흔 올해 2월에 중등교장으로 명퇴한 초등동창이 있다. 수도권 초등 동창회장을 세 번 연임하는 친구인데 37년을 교직에 몸담아서 그런지 교육공무원의 반듯한 성품이 몸에 밴 듯하다. 그 친구는 우리들보다 두 살이 많다. 내가 글을 주는 카페의 산악회에 같이 나가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행하다가 땀을 닦으며 잠시 쉬는데 “나, 실은 닭띠여!” 그러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럼 한 살이 아니라 두 살이 많다. 그 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한 살도 아니고 두 살이나 많으니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었다. 2분기 초등 동창회를 하는데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떠든다. 코흘리개 시절에 쓰던 험한 호칭을 교장 친구에게도 쓰기에 얼른 그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회장 친구가 닭띠래. 한 살이야 괜찮지만, 두 살 많으니 욕은 하지 마라.” 바로 카톡을 본 친구도 있고 아직 안 본 친구에겐 손짓으로 카톡을 보라고 재촉했지만 그 친구들의 말투는 예전 그대로였다. 화가 났지만, 다음에 혼 내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건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친구들은 개띠로 나보다 한 살이 많아서 교장 친구와도 한 살 차이였으니....^^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다투면서까지 먹이를 준다. 길고양이 모이는 두 곳에 저녁마다 사료와 물을 주고 새벽에 치운다. 비둘기에겐 사료를 주고, 참새는 쌀을 준다. 예전에 애완견을 키울 땐 눈을 감아도 유기견만 보이더니 개를 떠나보내고 얼떨결에 새끼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두 해를 키우니 당연히 눈에 보이는 건 동네 길고양이들이다. 산에 갈 때도 내 배낭엔 사료와 쌀과 소시지가 들어있다. 가다가 만나는 비둘기와 산새, 산에 사는 산고양이 몫이다.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지만 내 마음이 그리 시키니 따른다. 어느 날 교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가 끝나고~ “야! 나도 너처럼 됐다. 뒷다리 부러진 채 새끼에게 젖먹이는 길고양이를 보고 너무 불쌍해서 고양이 사료를 18,000원 주고 사서 줬다.” 그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며 빙그레 미소가 번지는 내 얼굴. 내가 한마디 했다. “고양이 사료 줄 때 물도 줘야 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너도 나처럼 엮인 거야.^^” 그 친구가 20일간 해외여행을 떠난다기에 “그럼 20일 치 사료와 물을 큰 그릇에 주고 다녀와.” 그렇게 카톡을 보내고 혼자 웃었다. 친구야! 그렇게 착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게 행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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