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처럼
소리새/박종흔
올해 2월에 중등교장으로 명퇴한 초등동창이 있다.
수도권 초등 동창회장을 세 번 연임하는 친구인데
37년을 교직에 몸담아서 그런지
교육공무원의 반듯한 성품이 몸에 밴 듯하다.
그 친구는 우리들보다 두 살이 많다.
내가 글을 주는 카페의 산악회에 같이 나가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행하다가 땀을 닦으며 잠시 쉬는데
“나, 실은 닭띠여!” 그러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럼 한 살이 아니라 두 살이 많다.
그 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한 살도 아니고 두 살이나 많으니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었다.
2분기 초등 동창회를 하는데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떠든다.
코흘리개 시절에 쓰던 험한 호칭을 교장 친구에게도 쓰기에
얼른 그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회장 친구가 닭띠래.
한 살이야 괜찮지만, 두 살 많으니 욕은 하지 마라.”
바로 카톡을 본 친구도 있고
아직 안 본 친구에겐 손짓으로 카톡을 보라고 재촉했지만
그 친구들의 말투는 예전 그대로였다.
화가 났지만, 다음에 혼 내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건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친구들은 개띠로 나보다 한 살이 많아서
교장 친구와도 한 살 차이였으니....^^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다투면서까지 먹이를 준다.
길고양이 모이는 두 곳에 저녁마다 사료와 물을 주고 새벽에 치운다.
비둘기에겐 사료를 주고, 참새는 쌀을 준다.
예전에 애완견을 키울 땐 눈을 감아도 유기견만 보이더니
개를 떠나보내고 얼떨결에 새끼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두 해를 키우니
당연히 눈에 보이는 건 동네 길고양이들이다.
산에 갈 때도 내 배낭엔 사료와 쌀과 소시지가 들어있다.
가다가 만나는 비둘기와 산새, 산에 사는 산고양이 몫이다.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지만 내 마음이 그리 시키니 따른다.
어느 날 교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가 끝나고~
“야! 나도 너처럼 됐다.
뒷다리 부러진 채 새끼에게 젖먹이는 길고양이를 보고
너무 불쌍해서 고양이 사료를 18,000원 주고 사서 줬다.”
그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며 빙그레 미소가 번지는 내 얼굴.
내가 한마디 했다.
“고양이 사료 줄 때 물도 줘야 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너도 나처럼 엮인 거야.^^”
그 친구가 20일간 해외여행을 떠난다기에
“그럼 20일 치 사료와 물을 큰 그릇에 주고 다녀와.”
그렇게 카톡을 보내고 혼자 웃었다.
친구야!
그렇게 착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게 행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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