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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합실 할머니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7. 9. 12. 16:11
        대합실 할머니 소리새/박종흔 수년 동안 역전 대기실 의자서 노숙하는 할머니가 있다. 대합실 맨 앞줄 좌측이 그 할머니 지정석이다. 대합실 의자는 사람들이 눕지 못하게 팔걸이를 설치하고 네 개씩 고정시켜 이어 놨다. 삶의 무게가 가득 담긴 보따리 두 개를 무릎에 올려놓고 팔걸이 있는 의자에서 새우잠을 청한다. 늦은 밤, 매점에서 산 빵을 물도 없이 허겁지겁 드시기에 우유를 사서 드렸더니 손을 저으며 완강히 거부한다. 마침 어떤 아주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나도 저번에 떡을 줬더니 한사코 거절하더라고 저분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고.” 수년 전부터 그분을 역전 대기실서 보았다. 고향에 다녀올 때 막차에서 내리면 밤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던 할머니. 더운 여름,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다리 모두 종아리가 퉁퉁 부은 모습으로 졸고 있다. 누가 봐도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 대기실의 대형 선풍기도 더위를 식혀주지는 못하는 열대야에 아픔 몸을 이끌고 고개 숙인 채 자기 의자를 지킨다. 다음 주말에 고향에 가기 위해 역전을 찾았다. 역전에서 일하는 분에게 할머니 사정을 말했더니 철도 직원에게 말해서 치료받게 해주겠다고 한다. 참 고마운 분이다. 우리의 삶이 모두 기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 할머니 생각을 하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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