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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 할머니와 길고양이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8. 4. 1. 22:18
        천사 할머니와 길고양이 소리새/박종흔 올해 80 되신 동물을 사랑하는 천사 할머니. 젊은 시절엔 교직에 몸담았던 어르신이다.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혼자 생활하는 할머니. 서툰 운전 솜씨지만 손수 운전하며 교회에 다닌다. 내가 교회서 그 할머니를 안 지 꽤 되었다. 둘 다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나는 그 할머니와 마음이 통했다. 할머니 집 부근을 배회하는 굶주린 길고양이가 안쓰러워 창문 밖에 고양이 사료와 물을 놓아두면 다른 고양이를 데려와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단다. 추운 겨울엔 전기장판을 부엌 창문 옆에 켜두면 따뜻한 장판에서 잠을 청하는 고양이들. 그렇게 길고양이 돌보기를 벌써 몇 년째. 동네 주민의 항의도 받지만, 생명의 고귀함이 먼저기에 아직껏 찾아오는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천사 할머니. 그분을 교회서 만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당연히 화제는 동물 얘기다. 저번엔 아주 난처한 일이 있었다. 그 할머니가 키우는 비글 강아지가 있는데, 사진을 보여주며 나이가 들어 힘에 부쳐서 그러니, 나에게 그 강아지를 키워보라 부탁했지만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 강아지가 예쁘지만, 사정이 있어서 키울 수 없노라 대답했다. “나에겐 14년 키운 애완견과의 이별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지난 지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픈 마음을 위로하려고 작은 물고기 10마리를 사다 길렀는데 100여 마리로 불어나서 두 분에게 분양하고도 아직 어항이 3개나 된다. 그리고 2년 전에 은행나무 위에서 살려달라고 종일 비명 지르던 작은 길고양이 새끼를 구조해서 키운다. 이제 겨우 이별의 통증을 잊어 가는데 강아지를 또 키우라니.” 그런데 그 할머니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한 달여 만에 그분을 만났는데 전보다 야윈 듯했다. 무릎 관절 수술하느라 3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신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길고양이들이 겨울 추위에 죽었거니 생각했는데 퇴원해서 집에 가니 그 고양이가 다가와서 친근하게 몸을 비비며 반갑게 맞아 주기에 사료와 물을 주니 제 새끼를 데려와서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시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단다. 아니나 다를까. 그다음 날부터 그 어미 고양이가 다시는 할머니 집에 나타나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제 새끼를 키워달라고 보모에게 맡기고 제 길을 떠난 듯하다. 그 할머니처럼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수소문을 해보니 그 고양이가 옆 동네서 가끔 목격된다고 하니 우리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더 놀라운 것은 새끼 고양이 옆에 애벌레 크기의 이상한 것들이 있어서 뭔가 궁금했는데 옆집 할머니가 그 얘길 해주더란다. “내가 몇 번 봤는데 어미 고양이가 어린 쥐새끼를 잡아다가 새끼 고양이에게 주더라고.” 본능이라지만 참 대단한 모성애다. 그리고 저를 보살폈던 할머니가 돌아오니 제 새끼를 맡기고 다른 가족을 꾸리는 삶을 찾아 떠났으니 이걸 어찌 동물의 본능으로만 치부하겠는가? 적어도 나쁜 사람보다 나은 것을. 그 얘기를 듣고 나는 할머니와 약속했다.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그리고 할머니에게도 프린터로 빼서 보여드리겠다고. 눈물이 나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천사 할머니와 지극한 모성애의 길고양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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