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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와 손수레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6. 7. 20. 00:05
        할머니와 손수레 소리새/박종흔 장맛비가 그친 습하고 무더운 여름 저녁 운동하기 위해 헬스클럽에 가다가 반대 차선의 손수레에 눈길이 갔다. 자세히 보니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손수레를 힘겹게 끄는데 손수레에는 폐지와 플라스틱이 산처럼 높게 쌓였다. 장정도 버거운 무게 같은데 할머니 혼자 손수레를 끄는 게 마음에 걸렸다. 신호가 바뀌자 나는 알 수 없는 무엇에 끌리듯 체육관과 반대 방향의 그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짐이 너무 많아서 힘드시잖아요. 다음부터는 적당히 실으세요.” 할머니는 못 들었는지,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것인지 아무 대답이 없다. 무작정 손수레 뒤로 가서 미는데 보통 무게가 아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손수레를 끌어본 경험이 있어서 대충 무게를 짐작한다. 고물상 위치를 물었더니 내가 아는 고물상이다. 다행히 300m 정도만 가면 된다. 손수레 때문에 뒤에 오는 차들이 지체되지만 운전하는 사람들도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듯 다행히 경적을 울리는 차가 없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중요성을 느끼는 오늘 저녁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살만하다. 할머니에게 골목으로 가면 차들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조금 더 가다가 우측 골목으로 방향을 바꾼다. 요철이 나올 때마다 뒤에서 미는 나도 힘을 더 써야 한다. 저녁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옷은 축축하게 젖었다. 손수레를 열심히 미는데 사람들이 쳐다본다. 아마 나를 아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생각해도 타고난 성품은 고치기 힘들다. 동네 반장도 아닌데 사서 고생을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한 것을. 고물상에 도착해서 손수레가 멈췄다. 돌아가는 나에게 할머니가 고맙다고 인사하신다. 나는 반쯤 몸을 돌려 쳐다보며 “다음부터는 짐을 반만 싣고 다니세요.” 한마디 인사를 하고는 체육관으로 갔다. 손수레를 밀며 힘을 썼으니 오늘 워킹은 생략해도 되겠다 싶었다. 노년에도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해야 하는 버거운 우리들의 삶이 길고 짜증 나는 한여름 무더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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