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얼룩 고양이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5. 10. 14. 21:26
    
    
        얼룩 고양이 소리새/박종흔 3년 전 겨울밤 헬스클럽서 운동하고 집으로 갈 때 골목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얼룩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인기척을 느끼고는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 길고양이. 그런데 그 모습이 무척 불편해 보였다. 뒷다리 두 개가 엉덩이부터 부러져 덜렁거리는 몸을 앞발로 힘들게 끌고 간다. 더 놀란 것은, 바로 앞에 손바닥 크기의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추위에 벌벌 떨며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그 아픈 몸으로 새끼 먹이를 구하는 중이었나 보다. 그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맘이 들었지만 당장 고양이에게 줄 먹이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그 자리에 가니 다리 다친 고양이가 있어서 먹이를 주었지만, 눈치만 볼뿐 선뜻 먹지 않는다. 아마 사람에게 대한 공포 때문이었으리라. “많이 먹어라.” 혼잣말을 남기고 먼발치서 지켜보니 먹이를 물고 새끼고양이 앞에 갖다 놓는다. 어찌 보면 사람보다 더 나은 듯하다. 겨울이 다 지나도록 거의 매일 먹이를 주었는데 봄이 오자 어느 날부터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추위에 얼어 죽었는지, 자동차에 치여 죽었는지, 못된 사람의 발길질에 또 채였는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눈에 안 보이면 멀어지는 것이라고 했던가? 고양이를 만난 지 거의 일 년이 지나가고, 두 고양이가 잊힐 무렵 다른 골목길에서 다리 다친 그 고양이를 만났다. “아! 살아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얼른 슈퍼로 달려가서 햄을 사서 주었다. 얼마나 굶주렸는지 뼈가 앙상한 고양이 두 마리. 아마 영역 싸움에서 밀려난 모양이다. 다시 시작된 얼룩 고양이와의 인연. 어미는 다리뼈가 어긋나게 붙어서인지 엉거주춤 힘들게 걷는다. 새끼 고양이는 이제 다 자라서 몸집이 어미보다 큰데 아직도 어미를 따라 다닌다. 오늘 저녁은 닭볶음탕을 먹었는데 고기와 관절뼈는 거의 남겨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고양이 주려고 그러는 걸 아내도 안다. 먹이를 준 지 벌써 3년이 흘렀다. 오늘 먹이를 주러 가는데 아내가 고양이 구경을 하겠다고 같이 가잔다. 전부터 고양이 두 마리에 관해 얘기를 해줘서인지 아내도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요즘 신기하게 관찰하는 건 먹이를 주면 절대로 혼자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둘이 떨어져 있을 땐 서로 불러서 같이 먹는다. 처음에는 어미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새끼 고양이도 어미를 부른다. 그 광경이 우연인가 하여 오랫동안 관찰했지만, 결과는 항상 그랬다.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그래서 또 한 번 감격했다. 새끼 고양이는 다 자랐지만 불편한 어미를 떠나 독립하지 않고 3년째 같이 다니며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길고양이에게도 먹이를 주게 되었다. 어쩌다 하루라도 먹이 주는 것을 거르게 되면 고양이들 생각에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게 되었으니 고생을 사서 하는 듯하다. 내가 여기에 사는 동안 다리 다친 얼룩 고양이를 돌볼 것이다. 그 애틋한 마음의 두 고양이를 내 가슴에 품었으니.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사다리  (0) 2016.07.18
    방아쇠 수지  (0) 2015.10.19
    소녀와 빨간 자전거  (0) 2015.10.02
    울보 아저씨  (0) 2015.01.24
    수필과 시인  (0) 2014.09.0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