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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보 아저씨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5. 1. 24. 16:32
    
    
        울보 아저씨 소리새/박종흔 생후 1개월 된 예쁜 강아지와 인연을 맺은 지 14년. 참으로 오랫동안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8개월 전부터 강아지의 네 다리에 마비가 왔습니다. 먹는 건 잘 먹는데 대소변 보는 게 힘들었죠. 코카 스패니얼이라 덩치가 꽤 됩니다. 그 덩치를 안고 대소변 처리를 하며 수발을 들었습니다. 몸이 아프니 끊임없이 짖으며 밤엔 끙끙 앓더군요. 동물병원에서는 고통스럽게 생명을 연장하면 강아지와 주인 모두 힘들다면서 예전부터 병원에 갈 때마다 안락사를 권했지만 그러나 한사코 거절하고 버텼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의미 없는 삶인 줄 알지만 강아지의 그 슬픈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었죠. 엊그제 밤에 애완견을 안락사시키러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강아지를 안고 가면서 실연당한 사람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빌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통곡하는 내 모습을 보고 강아지도 뭐를 알았는지 주인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 주더군요. 정말 미친놈처럼 목놓아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수의사가 지금 하면 후회할 것 같으니 내일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아니면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강아지를 건네줬죠. 차마 강아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강아지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울보 아저씨는 전봇대에 기대어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길 가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쳐다보더군요. 울면서 밤거리를 무작정 걸었습니다. 무슨 눈물이 그리도 많이 나오던지. 한참 후에 정신이 들더군요. 동물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주사 놨냐고 물으니 “혹시 맘이 바뀔지 몰라서 30분을 기다렸다고, 지금 시키려 한다고 하더군요.” 지금 갈 테니 5분만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숨이 차도록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품에 안았죠. 그리고 또 울보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14년을 함께한 그 끈질긴 정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언젠간 이별하겠지만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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