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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필과 시인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4. 9. 9. 17:25
    
    

      수필과 시인 소리새/박종흔 즐거운 명절 추석을 보내고 연휴가 이어져 가까운 산행을 하였다. 가을 산길을 홀로 걸으며 오랜만에 수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쓴 수필은 75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시인으로선 다작 아닌가? 수필의 매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는 시인인지라 주로 시를 쓴다. 가끔 아내가 넌지시 내 수필이 좋다는 얘기를 하곤 하지만 난 정말로 시가 좋다. 시인 등단 후 5년 동안 쓴 시가 거의 1,500개가 되니 시에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다작하다 보니 문인들과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무슨 시를 붕어빵 찍어내듯 매일 쓰느냐는 핀잔도 들린다. 하긴 내가 봐도 그런데. 어느 시인은 시 하나를 쓰기 위해서 뼈를 깎는 고통으로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운다고. 그리고 그것을 퇴고하고 숙성시키는데 수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나 역시 그런 소릴 많이 듣긴 들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쓰려고 해도 그게 안 되니 어쩌란 말인가?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고선 잠을 이룰 수가 없는데. 모든 사물이 시의 소재와 주제로 보이고 호흡하는 순간마저 시와 놀고 싶은데. 오늘 산행을 하면서 시를 또 하나 건졌다.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휴대전화 메모장에 그 느낌을 기록한다. 집에 와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자판을 두들기면 또 하나의 시가 나온다. 나는 시를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가슴이 시키는 대로 쓴다. 시를 잘 쓰려고 하다 보면 문장은 화려한 듯하나 생동감도 없고 왠지 낯설어 보인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말한다. “글의 문장이 화려하지도 아름다운 시어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글이 살아있다고.” 한마디로 글이 촌스럽다는 뜻이리라. 그래도 괜찮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한다면 난 충분히 행복한 것을. 그래도 가끔은 수필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글이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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