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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의 운동회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8. 5. 6. 09:59


    어른들의 운동회 소리새/박종흔 내 고향은 시골이다. 세종시와 붙어있는 오송인데, 지금은 청주시로 편입돼 호남 분기역인 KTX 오송역도 생기고 아파트 단지와 생명과학 공단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불혹의 나이부터 시작하는 “어른들의 운동회” 나도 40대 초부터 운동회에 참석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몸을 사리지 않고 선수로 뛰었다. 학교 개교한 지 거의 90년이 되니 선후배들이 많이 온다. 10팀으로 나눠서 경기하는데, 팀을 나누는 방법은 끝자리 숫자가 같은 동문으로 구성한다. 내가 44회니~ 처음 참가할 때 우리 편은 24회 34회 44회였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우리가 최고 기수가 되고 44회, 54회, 64회가 우리 팀이다. 얼마 후에 74회가 들어오면 우린 자동 퇴출이다.^^ 여러 가지의 게임이 있지만 나는 축구와 족구 달리기에 참여한다. 우리 동기 중 달리기 잘하던 친구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세월을 탓하기엔 버거운 중년이다. 개회식이 끝나고, 오전 경기를 진행하다가 멋진 연예인 공연이 시작되면 여자 졸업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열대 앞으로 몰려든다. 요즘엔 우리 동문인 이동준 후배가 단골로 출연한다. 고교 시절 나도 태권도를 배웠는데 나는 무덕관, 이동준 후배는 청도관서 운동했다. 그 후배는 내가 봐도, 키도 크고 잘생겼다. 태권도 세계 챔피언을 했고, 지금은 연예인의 길을 가고 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고 노래가 시작되면 난리가 난다. 술기운에 흥이 절로 나서인지 모두가 흥겨워한다. “둥지” “땡벌” 주로 박자가 빠른 노래로 흥을 북돋운다. 그 후배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운동회 가기 전날은 초등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다. 맘이 설레고 잠들기가 어렵다. 그리운 친구들 만날 생각에, 죄 없는 양만 때려잡는다. 양 하나, 양 둘, 양 셋, 양 넷. 셈 효과가 있는 것인지 양과 놀다 보면 잠이 든다. 당신도 나이가 들었으니 운동은 하지 말고 구경만 하고 오라는 짝의 당부에 실실 웃으며, 알겠노라 답하며 집을 나선다.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랴? 몇 년 전부터 우리 동기들은 천막지기가 되어 식도락만 즐길 뿐 나만 유일하게 경기에 참여했다. 운동 잘하는 후배 기수 덕분에 족구는 3연패를 했다. 족구 주장에게 넌지시 얘기한다. “후배~ 결승에 올라가면 한 게임만 뛰겠다고.” 내 스타일을 아는지라 그러시라고 답한다. 결국 올해도 족구에 참여했다. 실수도 나오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었다. 상대가 날린 강타가 네트를 맞고 힘없이 내 앞으로 떨어진다. 반사적으로 다리를 뻗었는데 많이 오버했다. 근력은 좋지만, 유연성은 없는데 그걸 받으려고 발레리나처럼 다리를 찢었으니...^^ 결국, 받지 못하고 심하게 밀려오는 허벅지의 통증. 마지막 3세트는 후배에게 건네주고 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잘난 후배들 덕분에 족구를 4연패 했다. 마지막 순서로 운동장을 한 바퀴씩 뛰는 계주가 있다. 남녀 각 4명씩 총 8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여자들 찾기가 쉽지 않다. 최고 선임자 기수도 의무적으로 뛰어야 하는데 우리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니 다리가 아프지만 결국 내가 나섰다. 10팀 중 4팀은 여자 선수 부족으로 탈락하고 우리도 여자가 부족해서 탈락 위기에 몰렸는데 앞에 있던 여자가 나를 보며 소리친다. “빨리 천막에 가서 여자 데려와!” 그런데 내 동기는 아니고 10년 후배로 보이는데. 결국, 선거운동 나온 시의원 후보를 대신 투입했다. 진행자도 그걸 알았지만 모른 체하고 경기를 진행한다. 그 시의원 후보에게 잠바를 벗고 뛰라고 하니 절대 안 된다고, 입고 뛰겠다고 한다. 아~ 뜀박질을 이용한 홍보. 등 번호 5번! ^^ 나이 많은 선배를 배려해서 1, 2번 주자는 반 바퀴씩만 뛰게 하니, 나는 반대편에서 대기했다. 출발 신호와 함께 환성이 터져 나온다. 2번 주자들이 바통을 받으러 슬금슬금 뒤로 간다. 나도 눈치를 보며 20여 미터를 뒤로 갔다. 3등으로 바통을 받으면서 고민을 했다. 그냥 슬슬 뛰느냐, 아니면 다리가 아파도 사력을 다할 것인가. 바통을 받자마자 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안쪽으로 파고들어 한 명을 제치고, 또 한 명을 제쳤다. 그런데 다리 통증이 심해서 더 속도를 낼 수 없다. 곧 2위의 추격이 시작된다. 뒤로 접근하는 선수를 양 팔꿈치로 견제하며 1등으로 바통을 넘겼다. 이제까지 우리가 계주에서 입상한 경력은 많지 않다. 바통터치 실수가 다반사고, 넘어지고, 바통을 뒤로 던지고... 예전에 바통을 뒤로 던진 친구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아~ 배만 앞으로 나가고 다리는 안 떨어져서 팔을 앞뒤로 세게 흔들며 뛰었더니 바통이 뒤로 날아갔다고.” 그날도 결국 4위로 마감했다. 집에 오니 왼쪽 허벅지에 달걀 하나가 둥지를 틀었다. 완전 짝짝이 허벅지. 집에서 아프단 소리도 못 하고 파스를 바르며 버텼다. 며칠 지나니 부기가 빠지면서 허벅지가 벌겋게 변하고 그 부위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지금은 검푸르게 변한다. 올해를 끝으로 경기를 마감한다 생각하니 맘이 씁쓸하다. 내년에 한 번 더 뛰어볼거나? ~~~~~~~~~~~~~~~~~~~~~~~~~~~~~~~~~~~~~~~~~~~~~~~ 어른들의 운동회 소리새/박종흔 초등학교 시절 소풍과 운동회 그 기억은 잠 못 드는 설렘 하늘 나는 꿈속의 기쁨 세월 흐른 후 불혹의 나이부터 시작하는 어른들의 운동회 넘어지고 자빠지고 바통을 뒤로 던져도 마냥 즐거운 시간 인생이 별거더냐 하하 웃으며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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