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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집 양반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8. 10. 11. 19:23
        우리 집 양반 소리새/박종흔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여자 권사님. 그분의 미소 띤 환한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5시에 새벽예배를 시작하는데 그분은 항상 중간 자리 지정석에 앉는다. 새벽예배 운송수단인 25인승 교회 버스는 주로 나이 드신 여자 권사님들이 고정 승차한다. 모두 잠든 컴컴한 새벽. 차 안은 시골 장터에 온 것처럼 시끄럽다. 여기저기 지방방송을 하니,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한 팀에 집중하기 힘들다. 여자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니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옆 사람 대화에도 끼어든다. 참 이상하다. 남자는 절대 불가능하니 여자와 남자의 뇌 구조가 다른 듯하다. 그날 대화의 소재는 분위기 메이커가 바람 잡으면 그쪽으로 얘기가 쏠린다. 무슨 소재가 그리 많은지, 교회 버스는 매일 시골 장터가 열린다. 그분이 얘기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말은 “우리 집 양반이” 이다. 이제까지 얘기를 종합해보면 아저씨는 교회에 나오지 않지만 두 분 사이가 무척 좋은 것 같다. 교회까지 승용차로 태워주기도 하고 꾀가 나서 가끔 새벽예배에 빠지려고 하면 “새벽예배 안 가?” 하며 깨운다고 한다. 본인이 신앙생활을 안 하면 부인이 교회 간다고 구박하는 사람도 많은데 참 이상한 일이다. 얼마 전에 교회에 출석하는 할머니께 “할머니 천사와 길고양이”로 글을 하나 써드렸다. 그래서 그분에게 넌지시 “우리 집 양반이” 그 제목으로 글을 써드릴 테니 아저씨께 보여드리라고 했다. 아저씨가 아직 신앙생활을 하지 않지만 새벽에 부인을 깨우는 것을 보면 본인도 생각은 있는 것 같다. 뭐든지 첫걸음 하기가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면 수월하다고 한다. 아저씨께 넌지시 같이 교회에 가자고 하면 어떨까? 둘이 다정히 옆자리에 앉으면 더 행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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