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복숭아 즙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9. 7. 25. 12:59
    
     
      복숭아 즙 소리새/박종흔 올해도 가뭄이 심하다. 장마철인데 남부지방만 폭우가 내리고 이곳은 습하고 덥기만 하다.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아우와 고향 근처 버려진 과수원서 복숭아를 따기로 했다. 처제가 조치원에 사는데, 우린 자주 만나서 어울린다. 동서와 나이차는 좀 있지만 고향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다. 수원역서 열차 편으로 출발해서 50여분 걸려 조치원역에 도착하니 역 앞에 아우가 승용차를 대기시키고 기다리다 나를 맞는다. 아우네 고향에 농사를 포기하고 버려둔 과수원이 있는데 농약도 안 하고 완전 무공해니, 복숭아 즙을 짜면 좋겠다 싶었다. 과수원은 시골 동네 뒤편 야산에 붙어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농로를 지나 뒤엉킨 잡초 사이를 비집고 과수원으로 향했다. 대충 세어보니 50여 그루쯤 돼 보인다. 복숭아가 많이 달렸는데 솎아주지 않아서 씨알이 작다. 달린 복숭아는 그나마 거의 대부분 벌레가 먹었다. 좀 괜찮은 걸 골라서 따니, 다른 복숭아들이 툭~ 힘없이 떨어진다. 바닥엔 떨어져 상한 복숭아들이 즐비하다. 농약을 안 쳤으니 벌레들은 좋겠지만 먹을 만한 건 찾기 힘들다. 아침이지만 가랑비도 내리고 습한 날씨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둘이 열심히 따서 각각 마대자루에 꽉 채웠다. 욕심이 나서 더 따는데 먼저 내려간 아우가 빨리 내려오라고 재촉한다. 무거운 마대를 짊어지고 열심히 내려가는데 차를 세워둔 그곳이 아니다. 아차! 길을 잘못 들었다. 사실 난 길눈이 어두운 편이다. 산행을 자주 하지만 나는 길눈이 어두워서 혼자 다니지 않는다. 아우에게 위치를 불어보니 내가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마대 짊어진 어깨가 쑤시고 아프다. 뒤엉킨 잡초를 헤치고 가는데 바로 앞에 죽은 새가 엎어져 있는 것 같다. 누가 죽였거나 아파서 죽었겠지 생각했는데, 새 눈이 한번 껌뻑인다. 아~ 알을 품고 있는 까투리였다. 옆엔 가시덤불이 있어서 그곳을 통과해야 갈 수 있으니 최대한 살살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비를 맞으며 알을 부화시키는 어미 새. 천적이 옆으로 지나가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새끼를 지키려는 본능. 아! 기분 좋다. 내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온 신경엔 기분 좋은 전율이 스친다. “그래~ 사람에게 들키지 말고, 알 부화시키고 잘 살아라.” 아래로 내려와서 아우에게 까투리 얘기를 하니 “형님 같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죠. 다른 사람 만났으면 잡아갔겠죠.” 그런다. “야! 칭찬받자고 한 거 아냐.” 둘이 낄낄 웃으며 복숭아 즙을 짜러 출발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 “아모르파티” 가사와 리듬이 좋아서 나도 배웠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냥이  (0) 2021.02.10
      겨울 연가  (0) 2020.01.19
      고소공포증  (0) 2018.12.10
      우리 집 양반  (0) 2018.10.11
      나도 너처럼  (0) 2018.08.2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