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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냥이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21. 2. 10. 22:33

    꽃냥이

                          소리새/박종흔

     

     

    추웠던 겨울도 어느새 물러가고 연초록 봄의 향연을 기다린다.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지만,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갈 수 없다.

    이 질병은 자연적인 발생보다는

    사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확률이 크다고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

    하지만 그 인간 중에 사악한 무리가 있으니 문제다.

    나는 야간 산행은 하지 않지만

    한적한 밤길을 걸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불쑥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라고 한다.

    어둠 속에서 만난 그 사람의 속을 알 수 없으니 그럴 것이다.

     

    그동안 6개월씩 장기계약을 하며 20여 년을 헬스클럽에 다녔는데

    실내공기의 위험 때문에 운동을 끊었다.

    대신 자전거를 사서 하천 길을 돌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서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지인들과 매주 토요일 산행을 해왔지만

    이 역시 집합금지로 인해 수개월째 산행을 포기했다.

     

    스트레스도 쌓이고 나잇살과 더불어 체중 관리가 힘들어

    저번 주부터 홀로 동네 광교산 산행을 시작했다.

     

    그동안 산행하며 근거리의 많은 산을 다녔다.

    관악산, 호암산, 삼성산, 청계산, 수리산, 수락산, 불암산, 북한산...

    하지만 나는 산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정상엔 잘 오르지 않는다.

    정상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는

    늘 중간에서 기다리다 팀과 합류하기 일쑤였다.

    친구와 둘이 광교산을 가도 제일 짧은 둘레 길을 고집했다.

     

    그러던 내가 요즘 변했다.

    열흘 사이에 세 번 광교산 정상을 오른 것이다.

    그것도 평균 20,000보 이상 걸으며...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네가 웬일이냐?” 그런다.

     

    그러던 내가 왜 그랬을까?

    홀로 산행을 시작한 저번 주.

    광교산의 형제봉에 오르다 층계 밑 공간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을 만난 것이다.

     

    원래 강아지만 좋아하고 고양이는 별로였는데

    우연히 길고양이 새끼를 구조해서 키우게 됐다.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얼마나 울었던지...

     

    이별이 너무 아파서 다시는 동물은 안 키우리라 다짐했지만

    그 우연한 만남으로 고양이를 알게 됐다.

     

    고양이 중에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개냥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 고양이가 개냥이다.

    사람을 얼마나 잘 따르고 영특한지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다.

    벌써 만으로 네 살이 됐다.

    그 인연으로 인해 동네 서너 곳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먹이를 준다.

    동네 사람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지혜롭게 해결했다.

     

    저번에 형제봉에서 만난 고양이.

    표범 무늬를 가져 꽃처럼 생긴 그 꽃냥이를 만나러

    오늘 아침에 배낭을 정리하고 광교산으로 향했다.

     

    매일 갈 수는 없겠지만 그 산에 갈 때는 배낭이 불룩하겠지.

    나는 정상에 오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 꽃냥이가 눈에 밟혀 가는 줄 알아라.

     

    오늘도 23,000보를 걸었다.

    그것도 평지가 아닌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몸은 힘들지만 맘이 편하니 그러면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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