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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소리새 / 박종흔 추석이 사흘 남았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는 오후가 되어도 내린다. 올해 태풍을 연이어 세 개를 맞았는데 이번 추석 때 일본으로 또 하나의 태풍이 지나간다. 그 영향으로 한가위 달구경은 어려울 것 같다. 시골에서의 초등학교 시절. 둥근 달을 쳐다..
김밥 소리새 / 박종흔 무척이나 덥고 지겨웠던 여름이 떠났다. 한밤중에도 콘크리트의 열기가 후끈거리며 열대야의 고통이 무엇인지 체험 학습을 통해서 질리도록 배웠던 여름. 여름 내내 안방을 버리고 거실에서 창문을 모두 열고 잠을 청했지만 밤의 열기는 곤한 잠을 청하지 못하게 ..
선거철 소리새/박종흔 선거철이 다가왔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확성기 전쟁이 이어진다. 고개 숙여 수천 번 인사하는 선거 운동원들. 노래를 개사해서 그 번호를 쇠뇌 시키듯 돌리고 또 돌린다. 날이 가면 갈수록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더해만 간다. 정치인을 신뢰할 수 없으니 그럴 수밖..
비가 오네요 소리새/박종흔 창가에 맺혀 흘러내리는 빗방울 앞서간 자국을 따라 흘러내립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마음이 무거워지고 한동안 잊었던 추억의 앨범을 꺼내 봅니다. 청량한 풋사랑을 하는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스테파니 소녀. 사춘기 때 가슴으로 보았던 풀 먹인 ..
나의 두 얼굴 소리새/박종흔 오늘 머리가 무겁게 잠에서 깨었다. 십여 년이 지난 일들이 꿈에 나타나 제대로 숙면을 할 수 없었다. 서울서 조명 사업을 할 때의 일들. IMF 된서리를 맞을 때의 일이 꿈에 나타났다. 이미 지난 일들이지만, 나의 뇌 속에는 그 일이 꿈속에서 현실로 묘사되나 ..
산다는 게 뭔지 소리새/박종흔 저녁이 되기 전 쌀쌀한 기운이 감돌더니 갑자기 눈발이 비친다. 두 번째 달도 이제 사흘 남았으니 이번 눈이 올겨울의 마지막 눈이 아닌가 싶다. 함박눈이면 더욱 좋으련만 찬바람에 흩날리는 싸라기눈이다. 그나마 내리자마자 금방 녹아 버린다. 그렇지만 ..
나의 분량 소리새/박종흔 지난해 체감경기는 어느 해 보다도 더욱 매서웠다. 서민들은 웃음을 잃어버리고 깊은 주름살은 깊어만 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표를 행사하지만 그다지 장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마음마저 식어가는 중년의 나이. 나의 마음은 미세한 떨림도 구분하지 못..
눈 내리는 겨울 소리새/박종흔 연이틀 눈이 많이 내렸다. 아스팔트에 내린 눈은 금방 흙탕물로 사라졌지만 옥상과 나뭇가지에는 제법 하얀 눈이 남아있다. 기억도 희미하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은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아쉬운 대로 대리만족을 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