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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유영 소리새/박종흔 구름 속의 태양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 말없이 서산으로 기울고 봄의 중턱은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조용하게 마무리한다. 가슴에 묻어 놓았던 애증의 그림자를 흔들어 깨워보려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오는 동안 두껍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도 어렵다. 잠시 스..
당신은 나의 운명 소리새/박종흔 “지금 내 마음속엔 하나에서 열까지 온통 당신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의 모두를 사랑한 내 인생 행복을 꿈꾸며 살고 있어요 당신은 나의 운명 처음 만난 그날부터 행여나 당신의 사랑이 식으면 내 마음을 불태워 당신께 바치리라 당신은 나의 운명 ..
회칠한 무덤 소리새/박종흔 과일가게 앞에 진열된 궤짝들이 시선을 끄는 오후. 주먹 크기의 사과와 볼링공 같은 수박이 전면에 진열되고 외국산 청포도와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포도가 즐비하다. 그 좌우 주변으로 딸기 참외 단감 키위 오렌지 귤 땅콩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박스와 작..
새봄의 합창 소리새/박종흔 삼월의 문이 열리는 줄도 모르게 새봄을 맞이한다. 아직 조석으로 찬바람이 일지만 그래도 훈훈한 공기를 느끼며 겨우내 체온을 유지해주던 묵직하고 두꺼운 외투를 벗어 놓는다. 순환되는 계절의 오묘한 법칙을 자연에서 배우듯 우리의 인생관을 확인해볼 ..
이월의 마지막 자투리 날 소리새/박종흔 겨울을 마무리하는 이월의 마지막 자투리 날 항상 그러하듯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거리로 나선다.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빛을 발하고 촘촘히 들어선 건물마다 밝은 조명과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냉기가 남아 있는 시장 골목은 한산하다. 아직 미..
신병 훈련소 소리새/박종흔 남자들은 대부분 신병 훈련소에 입소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잘났든 못났든, 부자든 부자가 아니든, 미남이든 추남이든 그것은 훈련소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훈련소에서 지급되는 보급품은 누구에게나 같다. 훈병 번호가 새겨진 명찰을 ..
나는 너, 너는 나이며 우리이다. 소리새/박종흔 바람이 차다. 오랜 목마름과 잠시의 목축임. 해갈되기엔 역부족인 겨울비가 꼬리를 거두고 잔뜩 독이 오른 대지는 타는 목마름을 호소한다. 기대의 결과는 갈급한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래도록 홀대받은 민초들의 가슴을 쥐어짠다. "..
겨울비와 봄비 소리새/박종흔 어둠 속에서 가는 빗줄기로 내리기 시작한 겨울비는 하룻밤을 내리며 이제 제법 굵은 봄비로 이어진다. 때맞춰 계절을 갈아타는 절묘한 자연의 타이밍에 감탄한다. 출근길이 유난히 막혀서 짜증이 나지만 마음을 열고 차창 밖을 보니 기분이 풀린다. 단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