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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메리 크리스마스 소리새/박종흔 두 시간 후면 올해의 크리스마스의 하루도 저물어 간다. 흥겨운 노래는 들리지 않고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는 요즘 썰렁한 거리에는 깜빡이는 작은 전구들의 무리만 가끔 보인다. 경제 한파가 실로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반대..
412 보석 고르기 소리새/박종흔 새벽에 일어나니 밤새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출근 전쟁을 서둔다. 학년말 고사를 끝내고 조금은 게을러진 고교 애부터 재촉한다. 길이 미끄러워 학교까지 태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라는 말과 함께. 눈 내린 ..
406 해와 별 이야기 소리새/박종흔 해와 별은 빛난다. 해는 스스로 자신을 태워 빛을 발하지만 별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빛을 받아서 반사한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별빛은 현존하는 것이 아닌 무척 먼 여행길을 달려온 과거의 빛이다. 빛의 속도로 수십 년 수백 년을..
40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소리새/박종흔 어제 함박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정작 이곳은 가을 하늘처럼 맑기만 하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겨울을 실감할 만큼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이다. 경제 때문에 마음도 굳어 버렸다는데 이제는 하늘도 얼고 땅..
379 겨울밤 하늘이 열릴 때 소리새/박종흔 오늘은 새벽부터 겨울비가 내린다. 같은 값이면 겨울비보다는 함박눈으로 내리면 하는 바람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니 기대해 . 운전하는데 지장을 주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함박눈이 기다려진다. 어릴 때 시골의 겨..
101번째 프러포즈와 나의 101번째. 소리새/박종흔 101번째 프러포즈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순도 99%의 후진 남이, 99%의 정금 같은 완벽녀에게 단 1%의 확률에 희망을 걸고, 끈질긴 구애 끝에 사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로 강퍅한 요즘 시대에 아직은 순정도 존재함을 알리고 그러한 사랑도 성..
388 잘 가라 소리새/박종흔 이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다. 마지막 덩그러니 남아있는 한 장의 달력. 벽에 달라붙어 일 년 동안 참고 인내하며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내어놓는다. 새삼 세월의 빠름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미 정석이 되어버린 세월의 흐름처럼 주변의 변화에도 감각이 무디..
425 가을비 소리새/박종흔 자정을 조금 넘긴 지금 가을비가 힘없이 내린다. 가로등 불빛을 뿌옇게 수놓으며 내리는 가을비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유리창에 그냥 주저리주저리 물방울만 만들어 떨어뜨린다. 이런 날은 용혜원 시인의 "가을비를 맞으며"라는 시가 어울린다. 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