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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크리스 마스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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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크리스마스

                                              소리새/박종흔

     

     

     

      

    두 시간 후면 올해의 크리스마스의 하루도 저물어 간다.

    흥겨운 노래는 들리지 않고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는 요즘

    썰렁한 거리에는 깜빡이는 작은 전구들의 무리만 가끔 보인다.

    경제 한파가 실로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반대 현상을 보이는 것이 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게 30억도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데도 서민들은 서로의 사랑과 아픔을 아낌없이 나눈다.

     

    붉게 칠한 냄비 안에는 동전부터 지폐와 수표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무기명으로 냄비 안에 성금을 쾌척한다.

    고사리손부터 젊은이들과 노인들까지 그들의 표정은 천사와 같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 없는 이곳에는 사랑의 냄비가 펄펄 끓는다.

     

    국민들은 무쇠 주먹의 로봇 태권브이를 원치 않는다.

    그냥~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힘들 때 다독여주는

    그러한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와 아줌마면 충분하다.

    듣기 좋은 소리도 여러 번 하면 짜증이 나겠지.

    그래도 대중의 무언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이브는 가슴이 덜렁거린다.

    밤새 선물 보따리를 들고 굴뚝으로 들어올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천근만근 감기는 눈꺼풀을 올리며 기다리다

    새벽닭이 울 때쯤 늦잠에 빠진다.

     

    아침에 깜짝 놀라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창문가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이내 히쭉~ 웃으며 양말 속의 선물을 꺼낸다.

    왕사탕, 연필, 지우개, 공책, 크레파스, 양말.

    산타 할아버지는 내가 필요한 것들을 잘도 아신다.

    마음 좋은 산타 할아버지는 해마다 다른 것을 선물하신다.

     

    산타 할아버지의 환상이 깨진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것 같다.

    어느 정도 머리가 돌아가게 되니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의심이 생겼고

    날밤을 꼬빡 새면서 새벽까지 자는 척하며 선물을 기다렸다.

     

    새벽에 ~ 이내 인기척이 나더니 창문 위 옷걸이에 양말 꾸러미를 걸어 놓는다.

    실눈을 뜨고 쳐다보니 내 아버지였다.

     

    루돌프를 타고 빨간 옷을 입고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든 산타 할아버지.

    그 산타가 아버지였다니~~~

    지금도 산타 할아버지로 오신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진다.

    무신론자인 아버지도 자녀를 위해 산타 할아버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다.

     

    나 역시 우리 애에게 초등 3학년까지 산타 노릇을 자처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아버지의 전철을 밟았다.

    이젠 산타의 기쁨도 사라진지 오래전

    지난날을 회상하며 씁쓸한 미소만 지어본다.

     

    이제 세월의 아쉬움에 이젠 하소연하지 않으련다.

    그냥 기쁘게 중년의 시간과 포옹 하련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면 그냥 세월과 친구 하리라.

    아주 기쁘고 흔쾌히.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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