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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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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한 페이지를

                                         소리새/박종흔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근처 광교산에 올랐다.

    유난히 흰 머리가 많아 벌써 반백이 다 되어가는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천사보다 못하지 않은 착한 "죽마고우" 이다.

    사회 친구도 좋지만 그래도 어릴 적 고향 친구가 정겨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고향 친구와 객지 생활에서 한동네 같이 사는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다.

     

    점심을 먹고 산 아래 반딧불 화장실 앞에서 만나 첫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제법 추워 청바지에 털 코트 상의를 입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차림으로

    오솔길을 따라 기우뚱거리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등산화는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오 년 째 신고 있다.

    같은 해 구매한 메이커 등산화는 아끼느라 아직 개봉도 안 한 상태이다.

    친구가 말하기를 “새 신발도 오래 보관하면 삭는다고 하던데”

    그냥 삭혀 버리느니 다음부터는 새 신발을 신고 폴짝 뛰어다녀 봐?

     

    겨울인데도 많은 사람이 등산을 나왔다.

    건강보다 귀한 것은 없으니 당연한지도.

     

    산에 오르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코스를 4시간 코스로 잡고 하산한 다음 음식점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오랜만의 산행은 등을 촉촉이 적시고 하얀 입김이 서려 나온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던데.

    맞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살아 있을 때 남들에게 좋은 일도 하고 착하게 살면 좋겠지.

     

    남들은 등산하다 산삼도 캐고 귀한 약재도 캔다는데.

    요즘같이 한 푼이 아쉬울 때에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

    로또복권만큼이나 어려운 요행수를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우리들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 준다면 무엇을 할지도 얘기해 본다.

    소 뒷걸음치다 쥐를 잡을 수 있으니 인터넷으로 산삼 사진이라도 복사해서

    다음부터는 산길로 가자고 수다를 떨며 산행을 재촉한다.

     

    오랜만에 마시는 청량한 공기가 폐부에 싱그럽게 녹아든다.

    싫증 난 세상일을 생각할 때 마음이 편치 못하다.

     

    본질보다 앞서는 왜곡된 기형의 비본질을 이제는 용납지 않을 것이다.

    비본질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예”라고 대답할지라도

    혼자만이라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나 역시 그러한 부류에 속하고 싶다.

    비록 그 길이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도 우리들의 후세를 위해서 필요하겠지.

     

    하산하여 저수지 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은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반쯤 얼어붙은 저수지 수면에는 물오리들이 무척이나 많이 진 치고 있다.

    겨울에 떠나는 물오리들이 이제는 몇 년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번식을 하며

    토착 오리로 자리를 잡고 그 저수지를 제집이라 우긴다.

     

    양심 불량인 사람과 비슷한 영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더러는 햇볕을 쬐려 무리를 지어 웅크리고 있고

    성질 급한 몇 마리는 한가로이 유영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오동통 살이 오른 오리들은 그래도 평화로워 보인다.

     

    다른 친구와 합류하여 저녁을 먹고 수다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지고

    때로는 자신들의 주장 때문에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방송의 공개 토론이 그러하듯 역시 결론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냥 제풀에 사그라질 때 가무를 향한 자리 이동이 이어진다.

    사내들만의 음치들의 향연도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이제는 마나님들 호통을 걱정할 시간이다.

    더 놀자고 허세들을 부리지만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마음은 집으로 향한다.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녀는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식구들이 있으니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다음 주말의 산행을 약속하며 두꺼운 손으로 악수를 하며 헤어진다.

     

    신년 초의 고향 친구들과의 산행은 아름다웠다.

    오늘의 만남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수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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