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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석 고르기.....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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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 고르기

                                           소리새/박종흔

     

     

     

    새벽에 일어나니 밤새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출근 전쟁을 서둔다.

    학년말 고사를 끝내고 조금은 게을러진 고교 애부터 재촉한다.

    길이 미끄러워 학교까지 태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라는 말과 함께.

     

    눈 내린 날의 아침 전쟁은 시작된다.

     

    다행히도 거북 운전이지만 조심스레 학교 정문 앞에 내려주고

    긴~ 심호흡을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미끄럼 때문에 긴장하며, 운전해서 등이 촉촉한 느낌이다.

    또 하루의 삶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겨우 한겨울의 시작이다. 

     

    그런데도 성급하게

    개여울의 졸졸거리는 물살이 그리워진다.

    개울가의 버들강아지의 뽀얀 솜털도 눈에 그려본다.

    샛노란 개나리꽃과 연분홍 진분홍의 진달래와 철쭉도 생각해 본다.

     

    나는 여름을 많이 타는 편이다.

    한여름 땡볕에서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헐떡이는 강아지 마냥

    나 역시 땀으로 범벅을 하며 긴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는 축 늘어진 몸을 추스르며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일 년 내내 가을 날씨면 좋겠지만 신은 사계절의 선물을 주었다.

    이 나라에서 살려면 싫든 좋든 네 가지의 계절 맛을 보며 살아야 한다.

    여름에 고생할 때는 차라리 추운 겨울이 좋다고 말을 했지만

    막상 추운 겨울을 맞이하니 이렇게 계절의 변절자가 된 기분이다.

     

    특히 이렇게 춥고 길이 미끄러울 때는 내 마음의 간사함에 자신도 놀란다.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도 드물 것이다.

     

    태어날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며 욕심의 시작을 알리지만

    먼 곳으로 갈 때는 두 손에는 아무것도 쥐고 가지 못하는 줄 알면서도

    한 세상 사는 동안 그 간사함으로 인해 수많은 자괴감에 빠진다.

     

    그리고는 임종을 앞두고는 껄껄껄~ 하다가 눈을 감는다고 한다.

    좀 더 친절할 것을.

    좀 더 베풀 것을.

    좀 더 잘해줄 것을.

    좀 더 사랑해 줄 것을.

     

    이렇게 껄껄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네들 역시 그 껄껄한 소리를 답습하겠지.

     

    아프리카에 가면 보석의 가공 되지 않은 원석들이 많다고 한다.

    그 원석을 가공하면 여자들이 좋아하는 값비싼 보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들은 그 보석의 가치를 모른다.

    자기들끼리 놀이를 하는데 그 보석을 돌멩이 던지듯 던지며 논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유용한 보석이 원숭이에게는

    고귀한 보석이 아닌, 한낱 돌멩이 놀이기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며칠만 추스르면 이제 새해를 맞이한다.

    새해에는 고귀한 보석을 구별할 수 있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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