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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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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소리새/박종흔

     

     

     

    어제 함박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정작 이곳은 가을 하늘처럼 맑기만 하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겨울을 실감할 만큼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이다.

    경제 때문에 마음도 굳어 버렸다는데

    이제는 하늘도 얼고 땅도 얼어붙었다.

    지나는 사람들도 두꺼운 외투로 몸을 감싸고

    종종걸음을 재촉한다.

     

    그래도 변함없는 것은

    늘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폐지를 줍는 할머니들의 모습이다.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걸음걸이로 

    뒤뚱거리며 작은 손수레에 폐박스와 재활용품을 가득 싣고서 

    동네 고물상으로 향한다.

    관절염이 무척 심하신 듯 걸음걸이가 무척 불편해 보인다.

     

    요즘에는 부쩍 그런 노인분들이 많아졌다.

    가면 갈수록 살기가 점점 힘든가 보다.

    온종일 저렇게 몇 번을 해도 얼마 안 된다고 하던데.

    어떤 노인분들은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일하신다.

     

    그런 일도 경쟁이 치열해서

    남들보다 일찍 나서야 조금이라도 더 번다.

    그래도 그것이 유일한 수입원이니

    이렇게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거리로 나오신다.

     

    마음 같아서는 도움을 주고 싶지만

    한두 분이 아니니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도 낯이 잊은 할머니에게 책이며 상자 등을 모아서 건네 드린다.

    그럴 때마다 알듯 모를 듯한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하신다.

     

    그 할머니도 젊었을 때는 애틋한 꿈이 있었을 텐데.

    인생의 말년에 불편한 몸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노후의 모습이 어떨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고 한다.

    인생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쉬지 않고 돌아간다.

    지금 나의 모습은 잠시 세상의 나그넷길을 지날 뿐.

    여기가 우리의 지상낙원도 종착역도 아님을 모든 사람이 알 것이다.

     

    우리는 ~

    연기와 같고, 바람과 같고, 흩어지는 안개와 같은 인생길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된 세월의 폭주 기관차에 몸을 싣고 

    원하든 원치 않던 나그네의 여행을 하고 있다.

    어떠한 저항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냥 세월 따라 묻어간다.

     

    십이월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주말.

    길거리의 낙엽도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길거리의 풍경을 감상한다.

     

    수업시간에 늦을까 봐 달음박질치는 아이.

    은은한 색깔의 제복과 모자를 쓰고 작은 수레를 밀고 다니는 요구르트 아줌마.

    눈빛이 범상치 않아 인상이 안 좋게 보이는 젊은 청년.

    까르륵~ 웃고 재잘거리는 웃음 많은 아가씨.

    추운 날씨에도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을 추며 행인들을 시선을 잡은 광고 도우미.

    다리 하나가 부러진 외발 비둘기.

    너무 말라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나는 버려진 강아지.

    누군가에 채여 다리 하나가 부러진 큼지막한 길고양이.

    횟집 수족관 속에서 눈을 껌뻑이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물고기.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수 없는 사람.

    마음이 텅 빈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중간의 박쥐 같은 사람.

     

    오늘 날씨만큼이나 뉴스를 접하는 내 마음은 공허하다.

    도움이 되는 것이 없으니 아예 뉴스시간은 외면해 버린다.

    이번 추위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서민들이 고생인데.

    배부르고 등 따슨 높은 사람들은 별천지에 살기에

    그들은 우리네들의 아픔과 고통을 절대로 알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불평과 불만이 그리 많으냐고  혹자는 그런다.

    그렇게 잘났으면 정치판에 뛰어 들라고도 비아냥거린다.

    내가 왜 더럽고 똥냄새 진동하는 그 판에 들어가나?

     

    적어도 우리들이 알고있는 정보는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받아들이든 적개심을 품든 말이다.

     

    눈뜬장님처럼 귀머거리처럼 만들어서

    로봇트 조종하듯 당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매번 반복하며

    속세무민하는 인간들을 구분해야 한다.

     

    일단 권모술수로 라도 등정만하면

    최고의 대우를 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더욱 그러한 마음이 간절하다.

    착하고 어진 사람들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것들이 정말로  싫다.

     

    그래도 아직은 착한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다.

    젊은 청소년들이 아직은 싹이 보여서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그래서 조금만 더 참고 희망을 품어 보련다.

     

    젊은이여!

    썩은 물을 피해가며 그렇게 곱게 자라주렴.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우리의 조국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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