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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번째 프러포즈와~나의 101번째.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27
    
     
    
     

     

     

    101번째 프러포즈와 나의 101번째.

                                                                                                             소리새/박종흔 

     

     

     

     

    101번째 프러포즈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순도 99%의 후진 남이, 99%의 정금 같은 완벽녀에게 단 1%의 확률에

    희망을 걸고, 끈질긴 구애 끝에 사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로 

    강퍅한 요즘 시대에 아직은 순정도 존재함을 알리고

    그러한 사랑도 성공할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다.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극히 희박한 확률이겠지만.

     

    나도 101번째를 쏘았다.

    그런데 나의 101번째는 침통함으로 다가왔다.

     

    101번째 프러포즈 같은 꿈같은 "해피엔딩"의 드라마면 좋았지만

    그건 가상의 공간에 억지로 존재하는 일이고

    나에게는 101번째의 아픔이 고스란히 밀려왔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지난주 평일에 송년회의 테이프를 끊었다.

    인터넷으로 열차표를 왕복으로 예매하고, 귀가 시간을 세심히 점검했다.

    17시 40분 수원발~ 18시 40분 조치원 도착, 청주 모임 시간은 19시.

     

    그 시간에는 도착하지 못한다.

    늦게 도착하면 손해다.

    본전을 빼려면 늦게 갔으니 빨리 먹어야 한다.

     

    겨울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린다.

    급히 되돌아와 우산을 쓰고 택시를 잡았다.

     

    약속 시각 19시를 한 시간이나 지나 20시에 일식집에 도착.

    다시 나온 여러 가지 회로 배를 채우고 한 잔.

    홍당무 얼굴로 반년 만에 만나는 선후배 친구들과 잡담하고 회비를 낸다.

    저번에 빠졌으니 내 회비는 곱절이다.

    똑같은 회비지만 밀려서 내니 무척 속이 쓰리다.

     

    평일이라서 다들 시간에 쫓겨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런데 막상 일어서니 갈 곳이 별로 없다.

    그 시간에 우리 같은 중년들은 나이트클럽에서 문전박대를 당한다.

     

    결국 향하는 곳은 항상 그러하듯 노래방.

    이런 노래방이 없었더라면 우리들은 무슨 재미로 모임을 할까?

     

    나는 노래 욕심이 무척 많은 편이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혼자서도 노래방에 곧잘 간다.

    만 원 주고 삼십 분만 넣어주세요~그러면 한 시간을 준다.

     

    벽에 붙은 곡을 대충 부르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조금 미련이 남을 때 여지없이 이십 분이 서비스로 들어온다.

    그러기를 두어 번 더 서비스가 추가된다.

    한 시간은 덤으로 항상 얻어 부른다.

    두 시간을 고래고래 악을 써도 목이 쉬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목청 하나는 잘 물려 받은듯하다.

     

    그날도 노래방서 마이크는 내 것이야~

    하고 싶었지만, 차례로 공평하게 마이크를 분배했다.

    중년이 되니 양보의 미덕도 자연스레 나온다.

     

    예전에 나온 노래지만 나에게는 새로 배운 신곡인

    박상철의 "황진이"라는 노래를 목청 높여~흥을 북돋웠다

    박수가 터져 나온다.

    물론 예의상 그리 해주는 것 다 안다.

     

    노래를 바꾸느라 새로운 노래를 한 곡 배우려면

    운전할 때 무려 백번은 따라 불러야 배운다.

    그러다 보니 CD가 무척 많다.

    맘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그 한 곡을 배우려고 CD를 산다.

     

    백번 이상 불러서 나의 노래로 만든 것을

    다음 모임에서 누군가가 먼저 그 노래를 선수 치고 나온다.

    그 노래가 맘에 들었나 보다.

     

    그렇지만~겨우 몇 번 따라서 부른 실력으로 말이다.

    ~ 좋은 노래가 고생한다.

     

    할 수 없이 나는 다른 곡으로 배워야 한다.

    그나마 아직 목청이 좋으니 괜찮다.

     

    대충 맥주 몇 잔 하고 각자 헤어진다.

    나는 멀리서 왔는데도 회비 빼준다는 말은 절대 안 한다.

    말로는 빼준다고 하지만

    사나이 체면에~

     

    회비와 차비가 비슷하게 먹힌다.

     

    열차 막차가 23시 13분이다.

    두 시간 동안 함께하려고 그 먼 길을 달려오다니.

    항상 그러하듯 집에서의 핀잔을 감수하며 귀경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번개가 뇌리를 스친다.

    곧이어 천둥소리가 들린다.

    아차!

    우산~ 내 우산.

    내 우산을 또 잃어버렸다.

     

    열차는 기적소리 없이 그냥 잘도 달린다.

    아휴!~저번 잃어버린 우산이 꼭 100번째였는데

    이젠 101번째 잃어버린 우산이다.

     

    101번째 나의 우산을 잃어버리고 기가 죽어

    자정이 지난 시간에 슬쩍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역시 그 늦은 시간에도 반겨주는 것은 나의 8년 된 강아지이다.

     

    그래~~다음부터는 우산 절대로 손에서 안 놓겠다고 다짐한다.

    아무리 그리해도 102번째는 나오겠지.

    매번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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