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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가을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23

     

    26

     

    인생의 가을

                                         소리새/박종흔

     

     

     

     

    가을도 저물어, 겨울과 임무 교대하는 밤.

    초소에서 초병들의 임무 교대처럼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세월은 잘도 흘러간다.

     

    지난 주말에 고속철을 타고 철 지난 바닷가 백사장에 다녀왔다.

    고속철 건설할 때 별로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타보니 참으로 빠르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리 춥지 않음인지 밤이 되자, 제법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았다.

    그 대부분은 젊은 피가 용솟음치는 젊은이들 일색이었다.

     

    활짝 웃으며 조잘대는 젊은이들.

    그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포옹을 한다.

    때론 짙은 입맞춤까지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남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한 모습이 우리들 중년들에게는

    다소는 어색하고 익숙지 않은 모양새다.

     

    애써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본다.

    뭐라 훈계라도 하고 싶지만 질투한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전혀 질투는 아닌데.

     

    그들이 볼 때 중년들은 인생의 호기는 다 지났다고 생각하겠지.

    너희가 게 맛을 알아?

    맞다.

    비린내 나는 젊은이들보다 더욱 원숙함과 조화의 극치를 이루는 중년인데.

     

    하긴 나도 청년 시절에는 사십 넘은 어른들은 감정도 없고

    그저 자식들 먹여 살리는 게 유일한 낙이라 여겼었지.

    그러나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게 아니다.

     

    농도만 덜할 뿐이지, 너희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아니, 너희보다 더할 수도 있다고.

    다만 절제를 할 줄 아는 나이라서 참는 것이지.

    중용의 미덕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중년이다.

     

    자연에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의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

     

    봄 같은 유년기와 여름 같은 청년기.

    가을 같은 장년기와 겨울 같은 노년기.

     

    아직 겨울은 싫다.

    가을이 오래도록 지속하였으면 좋겠다.

     

    자연의 사계절 중 가을이 가장 풍요하듯

    인생의 가을인 장년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 최면이라도 걸어보자.

     

    나는 행복 하다고.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자존감을 가지고 인생의 가을을 보내고 싶음이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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