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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함박눈이 그리워짐은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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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함박눈이 그리워짐은

                                       소리새/박종흔

     

     

     

     

    찬바람이 살을 에는 듯하다.

     

    올해 처음으로 찾아온 추위에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동태처럼 얼어붙었고

    아직 겨우 채비를 못 갖춘 사람들은

    더욱 옷매무새를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며칠 전까지도 길가의 은행나무들을 바라보며

    가을 단풍놀이 가지 못함을 대신했는데

    간밤의 바람과 추위에 모두 옷을 벗어 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은 무더기로 쌓여 뒹굴고

    발목까지 빠질 만큼 낙엽의 무덤을 만들었다.

     

    세월은 오고 가는 것.

    봄이 가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이제는 가을도 겨울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아직껏 버텨 주어서

    그나마 내 가슴 속에 작은 위안을 주었다.

     

    이제는 봄의 향긋한 꽃향기도 사라지고

    여름 청춘들의 합창도 끊어지고

    가을의 풍요함도 지나갔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겨울의 하얀 함박눈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릴 때 함박눈이 내리면 강아지와 함께 펄펄 뛰며 좋아했고

    청춘의 끓는 피가 요동칠 때는 눈물이 날 만큼  

    끝없이 내려오는 함박눈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았다.

     

    그저 좋기만 하던 함박눈이

    세월의 달림과 인생의 편차 사이에 끼여

    오갈 곳 없는 미아 대접을 받더니

    어느새 본격적으로 운전을 방해하는

    어른들의 공적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나는 이제 영원히 그럴 줄 알았다.

    이제는 인생의 내리막길이니

    그것이 당연한 순리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다시 함박눈이 기다려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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