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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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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소리새/박종흔

     

     

     

     

    가로등이 늦은 밤길을 외로이 밝히는 늦가을.

    길가 은행잎의 노란 색깔이 운치를 더해준다.

     

    낮에 보던 단조로운 색채보다

    밤에 보는 은행잎들은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비비며 하나둘씩 길바닥에 떨어지는 슬픔.

     

    강한 바람이 불 때면 한 움큼씩 무더기로 떨어지고

    바닥의 낙엽들은 깔깔거리며 이리저리 나뒹군다.

     

    늦은 밤 길거리의 풍경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듯하다.

    가끔 비틀거리며 지나는 취객들이 보일 뿐~

    모두 조용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아직 학원 차가 도착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아!

    아빠는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집 앞에 나온단다.

     

    무료한 시간을 달랠 겸 여기저기 둘러보며 혼자만의 풍경화를 즐긴다.

    입시지옥 덕분에 짭짤하게 얻는 반사 이익이라고나 할는지.

    벌써 새벽 한 시가 다가온다.

    오늘도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겠지.

    무슨 도움도 줄 수 없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

    세상사는 게 그런 거란다.

    사랑할 때는 모든 게 장밋빛으로 보이지만, 그 시간은 너무도 짧은 거란다.

    기쁨보다는 걱정과 슬픔이 많은 게 인생이란다.

     

    그냥 과욕을 부리지 말고 인생을 살아 주었으면 한다.

     

    나 역시 너처럼 공부하기 싫었던 학창 시절이 있었고

    유행을 따라 낡은 청바지와 장발족이 되기도 했단다.

     

    자유를 외치며 최루탄 세례를 받기도 했었고

    맥주잔에 막걸리를 가득 담아서 건배를 외치며 우정과 사랑을 배우기도 했단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인생이란 험한 길이니 인내를 배워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을

    어떻게 감내할지 걱정되는구나.

     

    싶으면 마음껏 울렴.

    그래야 속이라도 시원해지지.

     

    무슨 입시 방법이 매년 바뀌는지 모르겠구나.

    너희들이 무슨 로봇이나 강아지인 줄 아나보다.

    그냥 잔말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머리 빠개지게 공부만 하라고 한다.

    정서나 인성은 호화 사치품으로 아나보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너희들 세대에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장성하면 젊은 학생들 얼굴이 밝아 졌으면 좋겠다.

    언제나 그러하듯  이것이 바람으로 끝나면 안 될 텐데.

     

    매일 밤 너를 기다리면서~

    네 덕분에 봄 향기도 맡고  여름 모기와 손뼉 치기도 하고

    요즘처럼 가을밤 풍경을 즐기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젠 함박눈을 맞으며 너를 기다리겠지.

     

    미안해하지 말거라.

    이젠 나이가 들어서 별로 잠도 오지 않으니.

    나에겐 그저 이것도 즐거움 이란다.

     

    내일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모아서 말려야겠다.

    아주 예쁜 것들로 책갈피에 넣어 둬야지.

    먼 훗날 네가 엄마가 되었을 때 손주에게 그것을 쥐어주며~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 했는지 들려주고 싶구나.

     

    귀에 익은 엔진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들어도 이젠 학원 차를 금방 알아본다.

    오늘 일과는 너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친다.

     

    이 가을이 너무 좋구나.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운 가을 이란다.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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