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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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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소리새/박종흔

     

     

     

     

    첫사랑은 아직 덜 익은 풋내 나는 사랑이지만

    나름대로 청순함과 열정이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찾아오고

    흐르는 강물처럼 소중한 첫사랑도

    세월의 물결 속에 떠내려갑니다.

     

    대부분 사람이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혼자만의 빈 곳을 다독이며 살아갑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첫사랑.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 몰래 꺼내 보는 첫사랑.

      

    몇 년 전에 작가 "피천득" 씨가 공개방송에 출연했습니다.

    그분 수필은 고교 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읽은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대충 내용은 이러합니다.

     

    작가가 일본 유학 시절에 하숙집 주인 딸인

    "아사꼬"라는 여중생을 만나게 됩니다.

    별 마음 없이 귀엽게 느껴지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혼자만의 짝사랑.

    그것은 해본 사람만이 아는 느낌입니다.

     

    유학 시절에 마음속의 사랑을 내보이지 못하고

    혼자 마음 태우는 젊은 유학생.

    기껏 기억에 남긴 것은

    "아사꼬"의 하얀 실내화와 빳빳하게 풀 먹인 세라복 뿐.

     

    유학 생활을 끝내고 귀국을 하는 젊은 유학생.

    마음속엔 귀여운 "아사꼬"의 영상을 간직한 채 귀국을 합니다.

     

    여러 해가 지나고 다시 일본을 찾았을 때

    본인도 모르게 예전의 하숙집으로 향하고.

    그 후에도 두 번을 더 찾게 됩니다.

     

    일본이 패망하고 점령군으로 상주하는 미국 장교와 결혼한 "아사꼬"

    너무나도 지치고 늙어버린 첫사랑을 바라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사람.

     

    충분히 공감할 대목입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소식으로 들은 얘기는

    그 여인이 캐나다에 이민 가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진행자가

    "선생님의 첫사랑인 "아사꼬"님이 캐나다서 살고 계시는데

    원하신다면 저희가 그분을 모셔올 수 있습니다."

     모든 경비를 방송사에서 대겠다는 말이죠.

     

    그 말을 들은 그분은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씁쓸한 미소로 거부합니다.

     그분의 속내를 보통 사람들이면 다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만나는 첫사랑.

    마음이야 예전 그대로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서로가 늙어 버릴 대로 늙어서 초라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

    그 모습을 서로에게 보이기가 싫어서겠지요.

     

    그냥 추억의 앨범 속에 묻어버린 "첫사랑"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나 역시 그리 답했을 겁니다.

     

    오늘 비가 내립니다.

    내일도 비가 내린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은 마음이 차분해지겠죠.

     

    그때는 추억의 일기장에 한 페이지를 추가하고

    추억의 앨범 속에 한 장의 사진을 더 보관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처럼 비 내리는 적막한 밤중에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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