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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느냐 물으면.....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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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느냐 물으면

                                                   소리새/박종흔

     

     

     

     

     

    어릴 적에는 청춘의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 청년이 되고 싶었고

    청년 시절에는 자유를 만끽하는 성인이 되고 싶어 살았다고.

    성인이 된 그때는 풍요한 삶의 중년이 되고 싶었노라고.

     

    중년이 된 지금은 공원의 비둘기 모이를 주는 기쁨에 빠져 살며

    노년에는 지나간 추억을 되씹으며 살 것이라 대답하고 싶습니다.

     

    저번 일요일.

    여느 때와 같이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운동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비둘기를 보러 가는 것입니다.

     

    이제는 익숙해져 그런지 공원의 비둘기 무리가 나를 알아보고

    떼거리로 나를 반기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옵니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털빛이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그중에는 발이 잘린 외다리의 비둘기도 있습니다.

    무척 아팠을 텐데 용케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김기동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그래도 살아남아 주어서 다행입니다.

     

    비둘기들의 모이를 향한 집념은 대단합니다.

    한 됫박의 밥알을 흩어주면 정신도 없이 부리로 쪼아 먹습니다.

    무척이나 굶주린 듯 말입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다른 동물들처럼 먹이를 놓고 싸우지 않습니다.

    일 년 전부터 모이를 주었지만, 먹이를 놓고 싸우는 것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남들보다 더 많이 먹으려 부리의 놀림을 빠르게 할 뿐.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봅니다.

     

    요즘은 십여 마리의 참새도 서슴없이 비둘기와 같이 동참합니다.

    옆에서 자그마한 참새가 자기 모이를 먹어도 비둘기는 그냥 놔둡니다.

     

    사람도 저처럼 착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도 이런 것을 배우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나에게 온갖 아양을 떠는 애완견도 맛난 먹이 앞에서는

    으르렁거리며 주인을 물어 버리는데.

    어쩌면 저렇게 선한 눈빛을 할까 부러울 따름입니다.

     

    불어터진 밥알만 주기가 미안해서 식구 몰래 콩도 갖다 주고

    떡 해 먹는다고 보관했던 수수 한 말도 좀 상했다는 핑계를 대고는

    온갖 아양을 떨며~ 비둘기 먹이로 확보에 성공~

    어깨를 으쓱거리며 비둘기에게 상납하러 갑니다.

     

    오늘은 든든한 것으로 포식을 하길 바라면서 바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질퍽한 밥알을 먹을 때보다 수수와 콩을 먹을 때의 모이 먹는 속도는

    현저하게 차이가 납니다.

    아마 딱딱한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조류독감이 창궐하여 수많은 가금류가 매몰당하고 있는데

    그 전파 원인으로 비둘기를 꼽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이제는 환경오염을 핑계로 굶겨 죽이려 합니다.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고 하네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비둘기 먹이를 줄 겁니다.

     

    비둘기들도 생명인데.

    비둘기들도 배고픔을 아는데.

    양심을 버린 사람들보다 훨씬 선한데.

     

    비둘기 먹이를 준비하는 것이 어느새 큰 기쁨으로 자리 잡은 요즘

    혹시나 찰진 밥알이 무더기로 들어가 목에 걸릴까 하여

    오늘도 찬밥 덩어리를 물에 헹궈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언제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 한

    기쁨으로 공원을 향해 가고픈 마음입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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