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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끄트머리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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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끄트머리

                                          소리새/박종흔

     

     

     

    조용한 어둠이 내리는 골목길.


    휘청거리는 작은 손수레가 움직이고
    머리가 땅을 닿을 듯 허리가 굽은 할머니.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작은 그림자가 일렁인다.
    그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밤늦도록 이어진다.

    늦은 가을밤의 풍경은 고독하다.

    맑은 별빛이 가로등 불빛에 흡수되어 떨어진다.
    폐지를 간추려 싣는 모습을 훔쳐보다
    눈시울이 아려옴을 느끼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오늘따라 더욱 삶의 피곤함을 새삼 느껴본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그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보편적인 인생의 낙을 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세상사 공평하다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음이다.

    가을은 고독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고독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고뇌이다.
    내 생각이 우울증이 심해서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생각은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삶의 헝클어진 사고의 교차이다.

    야누스 신상처럼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
    우리는 목마를 타고 떠난 여인을 바라보듯
    자기 일이 아닌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아니한다.


    철저히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관여하기 싫어한다.
    무관심이 사회의 중요한 범죄임을 아는지.

    시월의 마지막 밤의 하루 전.
    가는 가을비가 이른 새벽부터 흩어져 내린다.
    이제~ 보내는 가을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다시 올 풍요한 내년의 가을을 기약하며
    아쉽지만, 가을의 끄트머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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