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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비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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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

                                          소리새/박종흔

     

     

     

     

    자정을 조금 넘긴 지금 가을비가 힘없이 내린다.

     

    가로등 불빛을 뿌옇게 수놓으며 내리는 가을비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유리창에 그냥 주저리주저리 물방울만 만들어 떨어뜨린다.

     

    이런 날은 용혜원 시인의 "가을비를 맞으며"라는 시가 어울린다.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 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 듯한데

    온몸을 적실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서정적이며 여성의 체취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시이다.

    나도 글을 좋아해서 사춘기 때부터 글을 토닥거려 봤지만

    그냥 말대로 끄적거릴 뿐.

     

    이렇게 자신의 의지를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외면하는 것이 이치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 늦은 가을밤에 흐느적거리는 글체를 다독여본다.

     

    이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모두 잠든 고요한 밤이 좋다.

     

    우리가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 보다 많지 않다.

    이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며 살아야지.

    좀 더 베풀며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살고

    내가 대항할 수 있음에도 참을 수 있는 법을 배워야겠다.

     

    자연은 인생의 스승이라는 말처럼

    사계절의 위대함과 정교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우리들도 언젠가는 맞이할 인생의 겨울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이 늦은 밤 늦가을에 내리는 비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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