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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소리새/박종흔 가로등이 늦은 밤길을 외로이 밝히는 늦가을. 길가 은행잎의 노란 색깔이 운치를 더해준다. 낮에 보던 단조로운 색채보다 밤에 보는 은행잎들은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비비며 하나둘씩 길바닥에 떨어지..
427 가을의 끄트머리 소리새/박종흔 조용한 어둠이 내리는 골목길. 휘청거리는 작은 손수레가 움직이고 머리가 땅을 닿을 듯 허리가 굽은 할머니.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작은 그림자가 일렁인다. 그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밤늦도록 이어진다. 늦은 가을밤의 풍경은 고독하다. 맑은 별빛..
424 평생 장수를 누리는 돼지 소리새/박종흔 평생 장수를 누리는 돼지를 아시나요? 얼마 전 중국의 쓰촨 지진 이후 매몰된 지 36일 만에 구조된 돼지가 박물관이 마련해준 축사에서 자연사할 때까지 자연사할 때까지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돼지는 중..
394 첫사랑 소리새/박종흔 첫사랑은 아직 덜 익은 풋내 나는 사랑이지만 나름대로 청순함과 열정이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찾아오고 흐르는 강물처럼 소중한 첫사랑도 세월의 물결 속에 떠내려갑니다. 대부분 사람이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혼자만의 빈 곳을 다독이..
371 후배에게 소리새/박종흔 이제 자정이 삼분 남았다오. 사십 대 초반의 나이를 "불혹의 나이"라고 한다오. "불혹의 나이" 의 뜻은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라오. 아! 그것은 원칙상 그러하다는 말이오. 현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오.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393 이 좋은 봄날에 소리새/박종흔 이 좋은 봄날에 하늘이 떨린다. 하늘 아래의 몸서리침은 더욱 커져만 간다. 어리석은 민초들의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배신한 허무의 강도는 폐부를 짓누르고 거친 숨결 속에 배어 나오는 긴 한숨을 엇박자를 추스르며 토해 놓는다. 사람들은 내일을 기약..
370 왜 사느냐 물으면 소리새/박종흔 어릴 적에는 청춘의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 청년이 되고 싶었고 청년 시절에는 자유를 만끽하는 성인이 되고 싶어 살았다고. 성인이 된 그때는 풍요한 삶의 중년이 되고 싶었노라고. 중년이 된 지금은 공원의 비둘기 모이를 주는 기쁨에 빠져 살며 노년..
390 또 하나의 만족 소리새/박종흔 옥탑방에 살다 반지하에 살다 또 반지하로 이사 가서 살다 겨우 이층집으로 탈출하고 드디어 단독주택 전셋집을 장만한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오후에만 햇빛이 드는 불만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만족하고 요즘 햇빛 드는 오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