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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은 소리새/박종흔 정육점에 부탁하여 몇 번에 걸쳐서 얻은 돼지 껍질과 지방을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키고 커다란 그릇에 끓이자 집안은 비릿한 냄새로 진동한다. 집사람에게 욕먹을 각오를 하고 시작한 일이니 빨리 작업을 끝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 두 번에 걸쳐 돼지 지방을..
더 얄미운 코카 소리새/박종흔 얄미운 코카. 그리고 더 얄미워진 외눈박이 코카. 한 달 전 태어난 지 일 개월 된 하얀 강아지를 한입에 물어 죽이고도 뻔뻔스럽게 간식을 달라고 아우성치던 덩치 크고 비열하고 얄미운 외눈박이 코카. 강아지 주인에게서 그 사건 얘기를 듣고는 너무 얄미..
98 빗방울 소리새/박종흔 창가에 흘러내리는 빗방울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다시 찾아올 수 없음을 아쉬워하듯 잠시 머물다 지면으로 떨어지고 지속적인 물방울의 떨림은 작은 눈물샘을 만든다 애달픈 겨울의 미련에 주춤하던 봄의 요정은 넓은 아량으로 대지위에 축복의 봄비를 뿌린다 이 비가 그..
404 동그라미 소리새/박종흔 화창한 하늘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동그라미 속 몇 개의 작은 선 그어 정다운 사람의 얼굴 모자이크 한다 새로운 시작 알리는 가슴속 자명고가 울린다 비록 낡고 헤져 수선한 자국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버리기는 너무 안쓰럽다 내 마음은 오직 가슴으로 울리..
꿈속의 유영 소리새/박종흔 구름 속의 태양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 말없이 서산으로 기울고 봄의 중턱은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조용하게 마무리한다. 가슴에 묻어 놓았던 애증의 그림자를 흔들어 깨워보려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오는 동안 두껍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도 어렵다. 잠시 스..
당신은 나의 운명 소리새/박종흔 “지금 내 마음속엔 하나에서 열까지 온통 당신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의 모두를 사랑한 내 인생 행복을 꿈꾸며 살고 있어요 당신은 나의 운명 처음 만난 그날부터 행여나 당신의 사랑이 식으면 내 마음을 불태워 당신께 바치리라 당신은 나의 운명 ..
회칠한 무덤 소리새/박종흔 과일가게 앞에 진열된 궤짝들이 시선을 끄는 오후. 주먹 크기의 사과와 볼링공 같은 수박이 전면에 진열되고 외국산 청포도와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포도가 즐비하다. 그 좌우 주변으로 딸기 참외 단감 키위 오렌지 귤 땅콩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박스와 작..
새봄의 합창 소리새/박종흔 삼월의 문이 열리는 줄도 모르게 새봄을 맞이한다. 아직 조석으로 찬바람이 일지만 그래도 훈훈한 공기를 느끼며 겨우내 체온을 유지해주던 묵직하고 두꺼운 외투를 벗어 놓는다. 순환되는 계절의 오묘한 법칙을 자연에서 배우듯 우리의 인생관을 확인해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