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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얄미운 코카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3. 16. 12:17


      
            더 얄미운 코카 소리새/박종흔 얄미운 코카. 그리고 더 얄미워진 외눈박이 코카. 한 달 전 태어난 지 일 개월 된 하얀 강아지를 한입에 물어 죽이고도 뻔뻔스럽게 간식을 달라고 아우성치던 덩치 크고 비열하고 얄미운 외눈박이 코카. 강아지 주인에게서 그 사건 얘기를 듣고는 너무 얄미워 간식을 반으로 줄였다가 그래도 네가 뭘 알고 그랬겠냐 싶기도 하고 큰 덩치에 워낙 식탐이 많은 먹보인지라 불쌍한 마음에 다시 예전처럼 간식 배급량을 원위치시켰다. 그런데 그 코카가 또 사고를 친 것이다. 그것도 내가 보는 눈앞에서. 강아지 주인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후다닥거리며 태양이가 목줄을 끊고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옆에 있던 이 개월 정도 된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앳된 강아지에게 달려가 사정 볼 것도 없이 한입에 목덜미를 물어 버렸다. 말릴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서 외마디 소리를 냈을 뿐. 눈앞에서는 하얀 솜털 강아지의 목덜미를 물고 으르릉거리며 이리저리 흔드는 광경이 벌어졌다. 아주머니는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비호처럼 날쌔게 옆에 있던 빗자루를 가지고 뛰어가서 태양이를 때려서 강아지와 떼어 놓았다. 다행히 솜털 강아지는 벌렁 누워서 놀란 눈으로 항복 표시를 하며 신음을 내는 걸 보니 아직 숨은 끊어지지 않은 듯했다. 생각 같아서는 구둣발로 차서 머리통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아주머니가 앞서 해결해서 간신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한때는 태권도 사부를 하기도 했고 학교의 축제 때나, 군에서 연대 시합에 나갔었다. 한번 걷어차면 최소한 사망 내지 불구가 될 터인데 참길 잘했다. 주인아주머니가 교통정리를 하는데 더는 나서기가 어려웠다. 얄미운 태양이의 폭행을 수습하는 동안 옆의 우리에서도 강아지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무리 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서열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한 마리를 세 마리가 집단 공격을 한 것이다. 바로 달려가서 철망에 부착된 합판을 발로 걷어차니 합판이 천둥 치는 소리에 금방 조용해진다. “자식들! 열 받아 죽겠는데 까불고 있어~~~” 서열 전쟁을 종식 시키고 아주머니에게로 오니 외눈박이 코카 목덜미를 잡고 빗자루 목으로 태양이의 입을 톡탁 때리며 군기를 잡고 있었다. 한참을 맞고 혼쭐이 난후 겨우 풀려난 얄미운 코카는 이리저리 해방감을 만끽하며 뒷다리를 들고는 자기 영역을 표시하며 다닌다. 심지어 사료가 가득 든 사료 포대에도 오줌을 갈긴다. 정말 못 말리는 얄미운 강아지이다.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짧은 꼬리를 흔들며 돌아오는 녀석. 조금 전에 제가 한 행동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그런데 코카의 입 주변에 피가 묻어 있었다. 저놈이 강아지를 물어 죽인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강아지 피가 아니라 빗자루로 코카 입술을 때려서 나온 피란다. 아휴! 쌤통이고 다행이다. 코카의 얄미운 주둥이가 아주머니의 빗자루 세례로 찢긴 모양이다. 넌 당해도 싸다. 솜털 강아지의 어미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며칠 전에 지나던 차에 치여 죽었다고 한다. 그 어미 개의 평소에 하던 행동으로 봐서는 강아지를 보호하려다 차에 치여 죽은 것 같다. 강아지 한 마리는 태양이 에게 물려서 죽고, 어미 개는 차에 치여서 죽고 마지막 남은 강아지도 이런 시련 속에 살아가야 한다니 너무 안쓰러웠다. 아주 헌신적인 어미였는데. 간식으로 주는 제 몫의 소시지를 어미에게 주면 그것을 물어다 마리 남은 솜털 강아지에게 갖다 주던 어미였는데. 강아지가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먹이를 얻으러 오고 다시 건네준 소시지도 어김없이 강아지에게 물어다 준다. 저도 얼마나 먹고 싶을까? 배고픔에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흐르면서도 소시지를 물어다 강아지 앞에 내려놓는다. 먹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고 모성애를 택하는 어미. 몇 번을 그리하고 다시 왔을 때, 이젠 너도 먹으라고 말을 하며 소시지를 건네주자 내 말을 알아들은 듯 그제야 자신의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지금도 기억나는 어미 개의 그 선한 눈빛. 감사함을 아는 눈빛. ...................................................................... 누가 동물들을 미물이라고 말하나? 웬만한 양심을 가진 사람보다 의리가 있는데. 사람 못지않게 끔찍한 모성애를 보이며 은혜를 알고 갚을 줄도 아는데. 옛날이야기 중에~ “은혜 갚는 호랑이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호랑이가 자신의 부모님으로 아는 사람에게 자신이 사냥한 짐승을 부모님 집 앞에 갖다 놓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은혜 갚는 호랑이” 이야기가 허황한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는 동물농장의 프로를 보았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집. 아침이 되면 마당 안에 죽은 쥐와 뱀 같은 짐승들이 놓여 있었다. 제보자는 누군가의 소행을 확인할 길 없어 동물농장에 제보했고 매일 밤 누군가 몰래 죽은 짐승을 갖다 놓는다는 제보를 입수한 제작진은 며칠 밤샘을 해가며 적외선 카메라로 범인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범인은 다름 아닌 떠돌이 큰 개였다. 제보자가 말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얼마 전 떠돌이 개가 한 마리 집 근처로 왔는데 걸음걸이가 부자유스러워 살펴보니 목줄이 목과 다리에 엉켜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제보자가 겨우 잡아서 그 끈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아침만 되면 죽은 짐승들이 문 앞에 놓여 있었지만 설마 그 떠돌이 개가 그리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짐승의 종류도 다양해서~ 큰 쥐. 독사, 능구렁이, 꿩, 너구리 등이었다. 처음엔 누가 장난치나 하고 밤새워 지켜봤지만, 헛수고여서 동물농장 제작진에게 사건 의뢰를 했고 결국 제작진의 잠복 촬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나 역시 증거를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은혜를 알고 갚으려 하는 마음. 모성애 때문에 본능을 억제하는 마음. 때 자신을 희생하며 분신을 보호하려는 마음 ....................................................................... 그렇게 헌신적이던 어미가 사고로 떠나고 홀로 남은 솜털 강아지인데 그 얄미운 태양이가 그리했으니. 솜털 강아지가 자기 크기의 고양이들과 노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자신을 보호해주던 어미도 떠나고 없는 곳에서 무서운 강아지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느니 종은 틀리지만, 고양이를 놀이 친구로 택한 것이다. 몇 시간 후 솜털 강아지가 궁금해서 부엌문을 열었더니 철망 우리 안에 하얀색의 솜털이 가득한 강아지의 모습이 보여 안도했다. 다음날 가는 길에 강아지를 또 만나기로 했다. 어미도 죽고 어제의 놀란 일 때문에 무서운 밤을 보냈을 강아지. 특별식으로 냉장고에서 햄을 넣고 차를 몰았다. 어미도 잃고 배고픔과 두려움에 밤을 보낸 솜털 강아지에게 포장을 벗긴 햄, 두 개를 철망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두워서 먹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며칠 후를 기약하며 돌아왔다. 힘이 닿는 한 솜털 강아지를 보살펴 주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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