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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소리새/박종흔 만 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
201 가을 냄새를 맡았습니다 소리새/박종흔 간밤에 비가 내리고 난 다음 열어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이른 새벽공기. 세라복 입은 상큼한 소녀의 미소처럼 아주 미세한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무척 길고 지루했던 여름이었는데 그래도 뒤안길로 보내는 여름에 다소 미안함도 있습니다. 어..
420 추억의 한 페이지를 소리새/박종흔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근처 광교산에 올랐다. 유난히 흰 머리가 많아 벌써 반백이 다 되어가는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천사보다 못하지 않은 착한 "죽마고우" 이다. 사회 친구도 좋지만 그래도 어릴 적 고향 친구가 정겨운 것은 사실..
403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리새/박종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매년 해왔던 것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이룰 수 없는 줄 알면서도 한 해 계획을 세워본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그래~못 이룰 계획이려니 하고 올해엔 아주 호화찬란한 "일 년 계..
423 메리 크리스마스 소리새/박종흔 두 시간 후면 올해의 크리스마스의 하루도 저물어 간다. 흥겨운 노래는 들리지 않고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는 요즘 썰렁한 거리에는 깜빡이는 작은 전구들의 무리만 가끔 보인다. 경제 한파가 실로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반대..
412 보석 고르기 소리새/박종흔 새벽에 일어나니 밤새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출근 전쟁을 서둔다. 학년말 고사를 끝내고 조금은 게을러진 고교 애부터 재촉한다. 길이 미끄러워 학교까지 태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라는 말과 함께. 눈 내린 ..
406 해와 별 이야기 소리새/박종흔 해와 별은 빛난다. 해는 스스로 자신을 태워 빛을 발하지만 별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빛을 받아서 반사한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별빛은 현존하는 것이 아닌 무척 먼 여행길을 달려온 과거의 빛이다. 빛의 속도로 수십 년 수백 년을..
40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소리새/박종흔 어제 함박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정작 이곳은 가을 하늘처럼 맑기만 하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겨울을 실감할 만큼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이다. 경제 때문에 마음도 굳어 버렸다는데 이제는 하늘도 얼고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