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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 여행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22. 08:10
        먼 여행 소리새/박종흔 먼 여행을 떠난 지 한 해가 지난다. 탐심만 가득해서 시작한 고행의 길이 이렇듯 깊게 골이 파이도록 매년 찾아오는 사월의 잔인함처럼 폐부를 짓눌러 온다. 소년은 바닷가서 주운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세상 이야기를 듣는다.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뱃고동 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린다. 소곤거리는 것 같은 인어의 노래가 먼 길을 달려온 파도 소리와 섞여 들리는 듯하다. 소년은 무대에서 독백하듯 신천지 장밋빛 꿈을 중얼거린다. 얼마 전 많은 사람은 거센 회오리바람에 휩싸였다. 높은 망루에 올라 자상한 미소를 보이며 커다란 제스처를 보낸다. 그리고 이렇게 메아리처럼 허공에 외쳤다. “앞으로 그대의 꿈을 이뤄 주리라.” “이 비전을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으리라.” “꾸물대는 용에 날개를 달아 날도록 하리라.” 어차피 검증되지 않는 수치니 최대한 부풀린다. 황소개구리가 제 뚱뚱한 배를 자랑하듯 이만큼~ 또 이만큼~ 점점 부풀린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리라 믿는다. 당연히 그리될 것이고, 그리되어야 한다고 자기 최면도 걸어본다. 그래야 나도 좋고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여긴다. 계절이 네 번 바뀐 어느 날 소년은 찌든 때가 엉겨 붙은 외투를 벗는다. 무대가 회색빛으로 바뀌자 소년은 마스크를 벗으며 변신을 시도한다. 그 순간 거대한 폭풍이 가슴을 쓸어간다. 달아오른 오아시스의 환상이 신기루에 지나지 않음을 아는 순간 밀려오는 파도의 설움이 귓전을 때린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서야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물이 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로 날아감을 보고서야 현실을 직시한다. 결국은 사방으로 자신의 살점이 찢기듯 이리저리 솟구쳐 사라진다. 장밋빛 인생을 꿈꿨던 나의 이상향은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꿈의 쪽박이 깨진 잔해는 어지럽게 파편을 마음속에 박아 놓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현실로 적용되는 시점이다. 무지는 자신과 후세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우리의 치명적인 오류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구별하지 못한 우리의 죗값이다. 현실이 그러한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한평생 사는 인생길이 순탄치만은 아니 하다지만 협곡 위에 매달린 외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우리의 모습이 안쓰럽다. 자유와 행복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요즘 뼈저리게 느낀다. 다시는 그런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으리라는 속맘이 들것이다. 그리고 이를 갈며 다짐할 것이다. 나는 너이고, 너는 또한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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