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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스한 마음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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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마음

                            소리새/박종흔

     

     

     

    오늘 박 경철 안동 신세계 병원장의 방송을 들었다.
    외모는 흔히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수더분한 인상의 건장한 남자였다.


    40대 중반의 젊은 외과 의사며 경제 전문가로서도 이름을 날리는 그에게
    뜻밖으로 세밀하고 따스한 감성을 가진 남자임을 느꼈다.


    그가 요즘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유와는 무관하게
    극히 인간적으로 만났던 환자들과 만남을 들었다.


    산부인과 근무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가슴부터 배까지 피부가 없이 내장이 밖으로 돌출된 영아가 태어나서
    그 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치료를 해도 살아날 확률은 1%도 안 되니
    아이에게 고통을 덜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단호히 치료해달란다.


    정성을 다해 치료했지만, 아기는 열흘 후에 숨졌고
    의사는 부모에게 죄송하다고 말하자
    아기 엄마는 "열흘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답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한 통의 편지를 받아든 의사는 깜짝 놀랐다.


    그 엄마가 보낸 편지에는 정성을 다해 치료해줘서 감사하고
    아기를 혼자 보낼 수 없어서 같이 간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알아보니 방안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다.



    다른 일화는
    다리에 커다란 종양이 있어서 찾아온 할머니 얘기였다.


    진찰을 해보니 너무 진행되어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소견서를 써 주었다고 한다.
    일 년이 지난 후 딸과 같이 찾은 할머니의 종양은 밥그릇만큼 커져 있었고
    그 할머니의 얘기를 들은 의사는 더욱 놀랐다.


    할머니의 얘기는 이러했다.
    딸애가 신장이 없어서 투석하며 살아서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 주었지만
    일 년 후에 거부반응이 심해서 다시 그 신장을 제거하고 투석을 받으니
    자신의 하나 남은 신장을 마저 떼어서 딸에게 이식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다리의 종양이 암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치료하지 않고 병을 키워서
    자기가 죽으면 딸에게 장기이식을 해줄 마음이었나보다.
    그렇지만 온몸에 암이 전이되어 그럴 수 없다고 하니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는
    어느 날 얼굴이 환한 젊은 신부가 자신을 찾아와서는
    인사를 건네며 자기를 모르겠냐고 물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선생님 인턴 시절에 도움을 받은 학생이라고 해서 생각이 났다고 한다.


    말기 암에 시달리는 여자 환자의 이야기였다.
    혼자 사는 환자에게 남매가 있었는데
    항상 엄마 곁에 붙어서 간호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병이 너무 중해서 고통이 심해지니 진통제와 마약을 투여해 주겠다고 말하자
    환자는 단연코 그 제의를 거절했다.


    자기의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는데 그 시간에 잠만 자면
    사랑하는 자녀들을 볼 수 없기에 그 통증도 참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남은 시간 동안,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지내다 운명했다고 한다.


    그 환자가 운명할 때 두 남매가 엄마의 귀에 대고 하는 말이
    “엄마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보통 애들이 하는 이별사가 아니었다.
    혼자 몸으로 자신들을 고생하며 키워주고 세상을 떠나는 엄마에게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에 진심으로 사랑을 전하는 말이었다.

    그 아들이 신부가 되어, 감사의 말을 전하러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요 며칠, 날이 제법 춥다.
    세상이 혼돈 속에 헤매고, 심장의 고동 소리마저 얼어붙은 요즘.

    이런 의사와 환자들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마음이 따스하다.


    이 따사로움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나와 우리 이웃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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