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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버린 국보 1호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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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버린 국보 1호

                                        소리새/박종흔

     

     

     

     

    어젯밤 인터넷서 "숭례문에 불길 솟아, 연기 피어올라 소방차 수십 대 출동"이라는

    짤막한 단신을 보고, 대수롭지 않겠지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숭례문 완전 소실"이라는 비보를 시청해야만 했다.

    화면에 나타난 숭례문의 몰골은 처참했다.

     

    새카맣게 타버린 나무들이 물에 흠뻑 젖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화강암으로 된 사각 바윗돌만 암울하게 서 있었다.

     

    누군가의 방화에 의한 것이라 추측만 할뿐.

    온 국민들은 꿈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맨 먼저 떨어진 것은 "양녕대군"이 쓴 현판이란다.

    다행히 소방관이 현판이라도 건지려고 떨어뜨렸다고 한다.

    세종대왕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겠지만

    양녕대군은 지명도가 훨씬 덜할 것이다.

     

    양녕대군은 세자인데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삼남인 충녕(세종)에게 대권을 넘겼다고 한다.

     

    자신보다 백성을 사랑하고 속이 깊은 어진 임금의 모습을

    동생인 충령에게서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건달 행세를 하고, 나중에는 미친 짓까지 해가며 왕의 직위를 차버렸으나

    문무에 뛰어난 왕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 양녕대군의 친필로 쓴 현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건축기술이 발달하고, 설계도가 있다고 하니, 건물이야 복원되겠지만

    전 형태로의 완전복원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육백 년 묵은 아름드리나무들을 구하는 것부터 난제일 테고

    또 복원해도 다시 세워지는 것은 21세기의 건축물이니

    당연히 국보로서의 존재 가치는 하나도 없다.

     

    결국 대한민국의 국보 1호는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어젯밤 "숭례문에 불길 솟아 소방차 30대 출동"이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당연히 진화되리라 생각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국민들이 거의 그러했으리라.

     

    처음에 연기가 나는 것을 물대포로 거의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 안에 물대포를 넣고 잔불을 잡기 위해서

    지붕 위의 기와 뚜껑을 제거하고 건물 내로 물대포를 쏘려고 했으나

    소방당국이 문화재 관리청의 허락을 받는데 걸린 시간이

    최소한 40분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안의 목재는 전소될 충분한 시간이다.

     

    한참 후에 연락이 되어 건물 안으로 물을 넣는 순간

    이미 활활 타오른 거대한 원목들은 산소를 흡수하여

    아무리 많은 소방차가 출동해도 진화가 불가능하였으리라.

     

    예전부터 탁상공론만 하는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우리나라 제일의 국보 1호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보물도 아닌 국보 1호를.

    그리고 온 국민의 가슴을 태워 버렸다.

     

    불이 나고 연락을 취하는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위대한 고급 관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잠을 잘 시간은 아니었을 게고.

     

    아마 거한 여흥이라도 즐기느라 연락이 안 된 것이었을까?

    딱딱한 돌과 통나무들로만 지은 집이라 설마 했을까?

     

    이 사건 역시 분명한 "인재"이다.

    방화범은 물론이고 "탁상공론" "복지부동"이 몸에 밴 철밥통들.

    진저리가 날 정도로 지겨운 인간들이다.

     

    아무리 민초들이 울부짖어도 안 된다.

    그래서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있나 보다.

    도덕적 불감증의 잔재물이다.

     

    방법이야 옳든 그르든 성공만 하면 갈채를 보내는 무리.

    그 무리가 우리 자신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죄인이다.

    우리가 깨나지 않으면 이러한 증상은 앞으로 더할 것이다.

     

    오늘 하늘이 잿빛으로 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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