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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소의 눈물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09. 1. 5. 02:48


      
        황소의 눈물 소리새/박종흔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어느 정도 강아지를 좋아하냐 하면 초등학교 때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다 길렀는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엄마가 동네 사람들에게 팔아서 우리 집 개를 다리 밑에서 삶아 먹었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 달 동안 엄마와 얘기도 안 했고 삼십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그 주동자급 아저씨를 미워한다. 나는 지상렬의 팬이다. 지상렬은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어느 날부터 지상렬을 좋아하게 되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그의 인정 있는 마음이 좋아서이다. 지상렬이 고백한 얘기는~ 어릴 때 동네 사람들이 개를 잡아서 끓는 물에 산채로 집어넣고 솥뚜껑을 닫았는데 그 개가 뚜껑을 밀치고 나와서 날뛰더란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개는 피부가 벌겋게 벗겨지고 괴물 같았다고 한다. 한참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울부짖으며 날뛰던 개. 동네 사람들 틈에 있던 주인을 발견하고는 주인 앞에 앉아서 신음을 내면서도 꼬리를 치는 개. 그 괴로운 중에서도 주인에게 꼬리를 치며 반가움을 표하더란다. 그런데도 그 비정한 주인은 그 개를 외면했으니. 사람들이 다시 잡아서 그 개를 삶아 먹는 것을 보고는 "아!~ 개는 먹으면 안 되는 것이구나." 그리 생각하고 개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동물은 본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말을 알아듣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까지도 간파하여 행동한다. 그리고 자기의 의사 표현을 할 줄 안다. 주인이 화가 난 것 같으면 눈치를 보고 뽀뽀를 해대고 걷다가 다리 아프면 안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고 심심하면 놀아 달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개에 환장한 사람은 아니다. 단지 동물에 정이 가기 때문에 유심히 관찰한 것일 뿐. 길을 지나다 불쌍한 유기견이 있으면 가까운 슈퍼에서 천 원짜리 소시지를 사다 던져준다. 눈치를 보던 강아지는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오늘 허기야 당장 달래겠지만 내일이 걱정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기에 저녁에 운동을 갈 때면 내 바지 주머니는 불룩하다. 혹시 만날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위한 먹이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골목에는 항상 유기견과 길고양이가 돌아다닌다. 그것들도 처음에는 주인의 사랑을 받았을 텐데. 귀엽다고 키울 때는 언제고 덩치가 커지고 비용이 들어간다고 애완견을 버리는 사람들. 버릴 때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일단 버리고 돌아서면 며칠 지나면 까맣게 잊는 양심에 철판 깐 사람들. 일단 버려진 강아지들은 죽는 날까지 고통을 당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굶주림에 지쳐서 죽고 사람들에게 맞아서 죽고 차에 치여서 죽고 병에 걸려서 죽는다. 그래도 그건 운이 괜찮은 편이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잡혀서 나무에 매달린 채 산채로 몽둥이로 두들겨 맞으며 비참하게 죽는다. 산채로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고기 맛이 좋다고 해서 그런단다. 미련한 사람들. 동물을 피와 같이 먹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특히 동물이 죽을 때 뇌에서 독소가 분비되는데 그 독소가 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 독소가 피에 섞이게 되는데 그것을 먹으니 몸에 좋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몽둥이로 두들겨 잡은 개고기를 맛이 있다 해서 먹는다. 그러니 그런 고기를 먹고 다혈질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격이 포악하다고 한다. 이것은 통계학적으로 분석된 자료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어릴 때 동네 외진 곳에 조그만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집이 도축장이었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몰래 그곳을 엿보았다. 차에서 내린 황소는 끌려가지 않으려 울부짖으며 네다리로 버티며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 나는 보았다. 울부짖는 황소의 둥그렇고 커다란 충혈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그것이 위기를 직감한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이 마감된다는 것을 알고 흘리는 눈물이었으리라. 자신이 죽는 길 외에는 항거할 수 없음을 알고 흘리는 눈물을.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그냥 이런 말이 하고팠을 따름이다. 인간 같지 않은 살인마들이 날뛰는 이 세상이 슬프다. 살인은 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비슷한 울분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 아픔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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