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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년회와 용팔이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0. 12. 4. 23:36


      
        송년회와 용팔이 소리새 / 박종흔 올해 첫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시골의 고향 초등학교 동창 송년회. 초등학교 동창 송년회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러 가기 전 친구들과 악수를 하고, 서둘러 수원행 새마을호에 올랐다. 한 시간 거리지만 혹시 잠들어 내리지 못 할까 봐 휴대폰 알람을 맞춰놓고 눈을 감았다. 십 여분이 지났을까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니 두 칸 건너 우측 통로에 다섯 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차멀미를 하는지 갑자기 토사물을 쏟아 놓았다.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아기 엄마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침 여행용 티슈가 있기에 그것을 모두 주었지만, 태부족이었고 내 앞 좌석 아주머니가 티슈를 조금 더 주었는데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아기엄마. 그런데 만원인 열차 안의 사람 중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급해서 열차 앞뒤 칸으로 다니며 승무원을 찾았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열차 화장실의 화장지를 조금만 남기고 둘둘 말아 그것도 건네고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하러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화장실 옆 통로의 벽에 응급상황에 사용한다는 문구가 달린 비상용 방송 마이크를 찾았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마이크였지만 손잡이를 누르고 승무원처럼 기내 방송을 하였다. “승무원님~ 7호실로 와 주세요. 승무원님 7호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들렸나 해서 7호 차로 들어가 내 앞 좌석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몇 분을 기다려도 승무원은 나타나지 않고 아기 엄마는 수습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른다. “제가 7호실이라고 그랬나요? 하고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그렇단다.” 혹시 7호 차를 7호실이라 해서 오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방송 마이크를 잡고 이번엔 정색을 하고 방송하였다. “승무원님~ 7호 차로 와 주세요. 지금 7호 차에 응급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속히 7호 차로 와 주세요.” 원래 마이크 체질이 아닌데도 전혀 떨리지 않고 방송한 것 같다. 다시 7호 차로 들어가 내 좌석에 앉아 조금 기다리니 제복을 입은 늘씬한 승무원 아가씨가 걸어온다. 상황을 알아채고는 즉시 검은 봉투와 휴지를 건네주고 아기 엄마와 승무원이 말끔히 치웠다. 상황 정리가 끝나고 아기 엄마가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에 아니라고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하니 오늘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많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요? 본인은 황당한데 사람들이 그냥 쳐다만 보니 힘드셨지요?” 그러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도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일종의 체험학습을 한 것이다. 친구들에게 주고 남은 내 낭송 시 CD 한 장을 건네며 “제 낭송 시입니다. 친구들 주고 남은 것이니 들으세요.” 인사를 하고 내릴 준비를 하는데 아기 엄마도 수원역에서 내리는 듯 무거운 가방을 끌고 아기 손을 잡고 열차를 내리려 하기에 “저도 수원에서 23년째 삽니다. 가방 가지고 도망가지 않으니 입구까지 들어드리겠습니다” 하고 보조를 맞추어 역사로 같이 올라갔다. 마침 아기 아빠가 마중을 나와서 인사를 건네고 수원 역사를 빠져나왔다. 내가 무슨 정의의 용팔이도 아닌데 아직도 남 어려운 일을 당하는 꼴을 못 본다. 남 일에 참견한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듣지만 타고난 천성을 고치기가 어렵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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