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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불러 죽겠다는 인간과 굶어 죽는 사람.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1. 2. 15. 22:30


      
        배불러 죽겠다는 인간, 굶어 죽는 사람. 소리새 / 박종흔 1850년에 10억 명에 불과하던 세계 인구가 2009년 1월에 68억 명을 넘어섰다. 세계인구의 1/5가량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오늘도 수많은 인구가 굶어 죽는다. 얼마 전 북한의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서 앳된 처녀가 굶어 죽은 사건이 보도되었다. 뼈만 앙상한 처녀의 옷과 얼굴은 땟국에 절어 번질거렸다. 기자가 “토끼풀 매서 뭐하니~ 토끼 줄라고?” 묻자 그 처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제가 먹으려고요.”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기자가 다시 그 처녀를 찾았을 때는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서 굶어 죽었다고 한다. 보도를 보는 순간 너무 안타까워 “꽃제비의 죽음”을 시로 올렸다. ~~~~~~~~~~~~~~~~~~~ 꽃제비의 죽음 소리새 / 박종흔 토끼풀 뜯어 먹고 밤하늘 이불 삼아 수풀 속 잠자던 처녀 눈 감기 원하지만 본능으로 부지(扶持)하는 끈질긴 생명력 하늘 아래 외톨이 희망 없는 스물셋 꽃띠엔 사랑도 사치일 뿐 사자(使者) 따라간 곳 추수 끝난 빈 옥수수밭 단풍 물드는 가을 별 하나 떨어질 때 꽃제비 입안엔 마른 옥수수 몇 알 문상(問喪)하고 있었네. ~~~~~~~~~~~~~~~~~~~~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건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32세의 여류 시나리오 작가 “최 고은”씨의 죽음이다. 큰 상도 받으며 앞날이 촉망되는 작가의 길을 가는 그에게도 가난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나 보다.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올겨울 매서운 혹한을 냉방에서 지내며 방세도 밀린 월 셋방 현관문에 붙인 쪽지가 절규한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우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 격정 소나타 소리새 / 박종흔 “격정 소나타”를 완성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전도가 유망한 한 여성이 가련한 생을 마감하는 날 탐욕스러운 우리도 같이 죽었다 어느 시나리오보다 애절한 들리지 않는 침묵의 절규 삶의 애환을 그리며 추운 겨울 불 꺼진 냉방에서 병마와 외로움, 굶주림에 지쳐 월 셋방 집 문 앞에 쪽지를 붙였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우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인간의 양심이 메말라 올겨울이 그렇게 추웠나보다 그 가해자는 우리들이니 요절이라 말하지 말자 젊은 작가의 슬픈 죽음은 소외된 자들을 위한 “천상의 시”가 되었다. ~~~~~~~~~~~~~~~~~~~~~~~~ 그런데 굶어 죽은 게 아니라 지병으로 죽은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은 무엇인가? 병이 있는 것은 알지만, 문에 붙인 쪽지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결국 남는 밥과 김치를 달라는 쪽지가 유서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아서 염치가 없다고, 그렇지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애원하잖아! 남는 밥과 김치 있으면 문 좀 두드려 달라는 쪽지가 무얼 말하는가? 그럼 굶어 죽은 게 아니라, 배 터져 죽었단 말인가? 배 터져 죽는 인간이 딴 지 거는 게 또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초등학생 무상 급식을 두고 자기는 절대 무상급식을 못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도 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배터지게 먹고 자랐으니 배고픈 설움을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정치 논리를 내세워 “포퓰리즘”[populism]이라 매도한다. “포퓰리즘”이란~ 인기에 영합해서 자신의 주가를 올리려 한다는 말이다. 가난한 백성들~ 아니 민초들의 배고픔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다니. 배 터져 죽는다고 하면서도 자기 입으로 더 쑤셔 넣는 인간과 정말로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사람. 이것이 요즘 현실이다. 북한에서는 단돈 8만 원에 중국에 인신매매를 자원하는 사람이 줄을 선다고 한다. 예전엔 감언이설에 속고, 강제로 납치당해 인신매매되었지만 이젠 굶어 죽지 않으려 스스로 인신매매를 자원하는 사람들이다. 굶주림은 모든 것을 버리게 하는 치명적인 아픔이다. 슬픔이다. 쓰라린 상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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