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소리새/박종흔
동네 초등학교 후배인 아내와 결혼하고 수원에 정착한 지
벌써 24년이 되었다.
코흘리개 꼬맹이였던 딸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이를 잊고 살아서 그런지 자주 내 나이를 정말로 잊을 때가 많다.
아직도 마음은 청년이니 나는 영원한 청년이라 스스로 최면을 건다.
언젠가는 시골로 가야겠다.
아니 꼭 가리라 다짐을 많이도 하며 이제까지 살았다.
내가 고향으로 귀향하고자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한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러니 여생을 흙과 친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많은 사람이 그런 소망 속에 살겠지만
나 역시 그러하다.
내 꿈은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다.
200평 정도의 대지에, 18평짜리 3층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
1층은 거실 겸 주방으로 사용하고, 혹시 오실 손님들을 대비하여
간이침대와 칸막이 정도를 준비하면 될 것이다.
2층은 침실 전용으로 사용하고, 3층은 다락방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뒤뜰엔 밤나무와 대추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배나무, 사과나무를 심고
하우스도 만들어 채소와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 호박을 심어야지.
아내가 수박을 좋아하니, 당도가 높고 큰 개량종 수박을 많이 심어야겠다.
텃밭 나머지 자리엔 고추와 배추와 무도 심고 싶다.
봄, 여름 가을과 겨울
사계절 열리는 과일처럼 내 꿈도 익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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