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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소리새/박종흔 쫘악 쫘악물폭탄 퍼붓고 돌아서다가다시 돌아오길 반복하는 습하고 더운 여름 햇살 비치는 구름 사이반짝 내리는 여우비마치 얄미운 누굴 닮은 듯하다 자연도 이리 변화무쌍하거늘하물며 수양 덜된 인간들이야. 미워하지 말자사랑하자, 모두 사랑하자수없이 다짐했지만흘러내리는 촛농처럼 굴곡진 흔적 이 여름이 지나면깊고 깊은 가릉이 오겠지누군가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이. Sergey Grischuk - Rain Rain
가을 매달기 소리새/박종흔 파란 하늘 도화지 펼쳐 흰 구름 붓끝 휘감아 가을 향기 칠하는 들녘 부러진 가지에 매달린 농익은 홍시 천상의 맛 뚝뚝 떨어트린다 가는 가을 아쉬워 그랬을까? 빨랫줄에 널어놓은 오색 단풍잎 집게로 야무지게 집어 놓았다.
그 길 소리새/박종흔 어느 날 우연히 시작된 작은 생명과의 조우 그 순간 만남을 사람들은 인연이라고 하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슴의 파동으로 전해지는 안타까움, 측은함 언제부턴가 그 길은 꼭 가야만 하는 천상의 길처럼 보였죠 바른길, 옳은 길이지만 아무리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의 연속 눈에서 멀어지면 잊히는 게 순리라던데 아~ 그 길이 캣맘의 심정일 것인데.
유리창엔 비 소리새/박종흔 비 내리는 커피숍 유리창 너머의 작은 정원 외진 꽃밭 모퉁이 잔뜩 웅크린 채 더부살이하는 하얀 손님 향기가 없어 초대받지 못한 까닭인가? 유리창엔 비 빗방울 따라 흔들리는 어색한 춤사위 끄덕끄덕 고개 흔드는 개망초 온몸으로 떨고 있다. Giovanni Marradi - Mamma
인연 소리새/박종흔 한 방울로 발원한 물 상류에서 하류로 저마다 흐르는 길이 있듯이 꽃잎 한 장 나뭇잎 하나 각자 정해진 자리에 떨어진다 세상에 태어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스치는 수많은 생명과의 조우 그대와 나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터 우리 이제 아파하지 말자 너무 미워하지 말고 너무 그리워하지도 말자
훠이 훠이 소리새/박종흔 비 내리는 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길목 세상에 던져진 인생처럼 길바닥에 버려진 찢어진 봉투가 바람에 쓸려간다 훠이 훠이~ 훠이 훠이~ 사계절 두 팔 벌린 채 실없이 웃고 있는 허수아비 지쳐버린 계절 벗 삼아 텅 빈 가슴으로 인내하기는 우리 역시 그러하다.
물망초 소리새/박종흔 보일 듯 말 듯 세월의 강 너머 홀로 핀 그리움 오늘도 가슴으로 전하는 사랑의 속삭임 그대여! 나를 잊지 마세요.
삶과 생 소리새/박종흔 내 한 마디만 하리다 그대, 삶이 무엇이뇨? 삶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물안개와 같은 것 생은 무엇이뇨? 숨은 쉬지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나니 그대 홀로 외롭다고 너무 설워치 말라 삶과 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시기 거시기와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