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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이 훠이 소리새/박종흔 비 내리는 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길목 세상에 던져진 인생처럼 길바닥에 버려진 찢어진 봉투가 바람에 쓸려간다 훠이 훠이~ 훠이 훠이~ 사계절 두 팔 벌린 채 실없이 웃고 있는 허수아비 지쳐버린 계절 벗 삼아 텅 빈 가슴으로 인내하기는 우리 역시 그러하다.
물망초 소리새/박종흔 보일 듯 말 듯 세월의 강 너머 홀로 핀 그리움 오늘도 가슴으로 전하는 사랑의 속삭임 그대여! 나를 잊지 마세요.
삶과 생 소리새/박종흔 내 한 마디만 하리다 그대, 삶이 무엇이뇨? 삶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물안개와 같은 것 생은 무엇이뇨? 숨은 쉬지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나니 그대 홀로 외롭다고 너무 설워치 말라 삶과 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시기 거시기와 같은 것
봄 마중 산행 소리새/박종흔 하얗게 얼어붙은 하늘 동토의 땅에 비치는 실루엣 햇살 동장군 볼 가득 힘 모아 찬바람 불어 보지만 하늘에 걸린 정겨운 태양 빙판 산길 남쪽부터 녹인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봄을 기다리며 가는 겨울 등 떠밀지만 왠지 짠한 이 기분은 뭐지? 겨울이 가기 전 한 번 더 들어 보자꾸나 사그락 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 "Gabriel's oboe - Nella fantasia"
가을 사랑 소리새/박종흔 파란 하늘에 떠도는 흰 구름 코스모스 향기 타고 날갯짓하며 날아온 너 깊어가는 가을 외진 호숫가에 핀 붉은 장미 눈부시게 반짝인다 저녁노을 물들이며 농하게 익어가는 가을 사랑 돌고 도는 계절 속 가을이 그리는 채색 짙은 풍경화 배고픈 비둘기 무리 낮게 선회 비행하며 가는 가을 쪼고 있다
올가을엔 소리새/박종흔 어느새 하늘이 파래졌다 높아진 하늘에 연기처럼 흩어지는 하얀 구름 그림 그리듯 바람 따라 수시로 형체를 바꾼다 문득 스쳐가는 추억의 편린들 아~ 잠시 쉼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급하고 바삐 살아온 나날들 우리의 삶 속에 배인 조각무늬들 올가을엔 그 기억들을 모아 유리창에 풍경화를 그려야겠다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더 후회하기 전에
그 길 소리새/박종흔 모두가 원하는 아름다운 꿈동산 그곳은 상상과 현실 넘나드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날이가고, 해가 가고 켜켜이 쌓인 시간 살아갈수록 늘어나는 삶의 무게여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이별도 각자의 분량이거늘 행여 상흔이 남아도 우리 아파하지 말자 산새도 잠든 새벽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오늘 난 네가 떠난 그 길을 걷는다 "Gabriel's oboe - Nella fantasia"
피고 지고 소리새/박종흔 꽃이 핀다고 모두 웃는 것은 아니다 꽃잎 진다고 모두 우는 것도 아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 잔이 아무리 커도 잔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듯이 욕심을 버려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고목은 몸짓으로 말한다 꽃잎 시들고 잎새 떨어져야 또 다른 내일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그대, 오늘 외롭고 힘들었는가? 그래도 우리 힘내자 새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