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봄비 내리는 날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0. 5. 9. 14:42


      
        봄비 내리는 날 소리새/박종흔 봄비가 내린다. 꽃샘추위도 사그라져 이제 더울 일만 남았나 보다. 요즘은 총선 기간이다. 이틀 후면 누가 그럴싸한 거짓말을 잘 시키고 오리발을 더 잘 내미는 사람인가 선정 하나 보다. 양반도 학자도 기업인도 신앙인도 일반인도~ 그리고 너도나도 정치판에 발만 딛기만 하면 된장인지 똥인지 구분 못 하는 지적장애인이 되나 보다. 흙탕물 속에 빠져서 하나같이 같은 부류로 오염되니 당연히 백성들에게 외면당하기에 십상이다. 인상이 좋아서 평소에 좋아하던 탤런트였다. 칠순이 넘은 기관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보니~ 목이 부러져서 깁스한 것보다 더 꼿꼿하다. 기본 상식과 예절은 똥물 속에 감췄는지. 저런 사람을 내가 좋아했었다니. 내 안목이 그 정도였는지 한심하다. 오늘도 총선 때문에 자기들만 열 받아서 이른 아침부터 확성기에 홍보 노래를 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도우미 아줌마들은 일렬로 늘어서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허리 굽혀 공손한 인사를 수천 번은 하나 보다. 저들은 남편 출근할 때 매일 저리 배웅할까? 말로는 그냥 자원봉사 도우미라고 한다. 하나같이 그냥 순순하게 자원봉사 하는 것이란다. 돈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 그런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는 소리가 아니 들리는가? 입술을 삐죽이며 우리 강아지도 웃는다. 이젠 정치판엔 관심 껐다. 어차피 돌고 도는 세상인걸. 역사의 수레바퀴는 진흙탕이든 갓길이든 하여간 굴러갈 테니. 주차하다가 웬 남자가 쓰레기 더미 속에 눈길을 주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 마주친 적 있는 그 아저씨였다. 몇 년 전 추위에 떠는 모습이 안쓰러워 방한 조끼를 건네주려는데 "내가 거지인 줄 알아?" 하며 무안을 준 예전의 그 남자였다. 그동안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등은 노인처럼 둥글게 굽어 있었다. 그래도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요즘 집 앞에서 두어 번 마주쳤지만 옛일 생각이 나서 모르는 체했는데 봄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그 노숙자 아저씨를 다시 보았다. 한동안 길거리 잡동사니에 눈길을 주더니 투명 봉투 속에든 무언가를 툭툭 턴다. 누가 먹다 버린 반 조각쯤 남은 빵이다. 잡티를 털어 내고는, 빵을 손에 들고 다시 길을 간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운전석 시트 안의 주머니 속으로 손이 갔다. 차 안에 비상용으로 사둔 "크래커" 두 개를 가지고 따라가 건네줬다. 예전과는 다르게 내 손에든 과자를 받아들고는 이내 사라진다. 내 얼굴은 마주치지도 않고.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하긴 배가 고픈데 무슨 자존심이겠는가. 평생 도와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허기는 면하겠지. 세상이 참으로 요지경이다. 모 재벌은 수백억 원씩 비자금을 휘두르고 우리들도 너무 먹어서 다이어트한다고 난리들인데, 누구는 한 끼가 아쉬워 쓰레기를 뒤져야 한다니. 봄비가 내린다. 마음이 차분해지면 좋을 텐데 오히려 기분이 늘어진다. 오늘은 알량한 선심을 쓰고도 욕을 먹지 않아 다행이다. 비상용 과자를 다시 사둬야겠다. 혹시 마주칠지 모르니. 봄비가 내리는 날 이런 날은 따스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온화한 사람이랑 담소라도 나누며.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리는 겨울  (0) 2010.05.09
    내 마음의 도색  (0) 2010.05.09
    중년의 가을 소풍  (0) 2010.05.09
    지나친 편견을 버리자  (0) 2009.06.28
    중년의 미학  (0) 2009.03.3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