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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마음의 도색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0. 5. 9. 15:05


      
        내 마음의 도색 소리새/박종흔 송년회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금년도 이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 참으로 허망한 일 년을 보낸 것 같아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다. 닷새가 지나면 새해인데 새해에는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매해 신년 초면 여러 가지 다짐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는 결심 앞에 나의 존재감마저 상실되는 느낌이다. 이제는 인생 예찬이나 삶의 비애를 논하기에는 세월의 문턱을 너무 많이 넘어선 것 같기에 명상에 잠겨 보는 것이 순리에 맞을 듯싶다. 한때는 혼까지 빼낼 듯 정열적인 사랑을 알았고 또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스스로 자괴감 앞에 핑크빛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하기도 했었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칡넝쿨 얽히듯 세상과 세월과의 혼돈 속에서 얽혀왔다. 아픔의 상처는 망각이라는 신의 선물 앞에 이마의 굵은 주름살처럼 자연스레 아물어 간다. 아무리 그 아픔이 클지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젊은 날의 아픔은 환희로 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재건축하는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삼십 층 정도 되는 높다란 시멘트 건물들. 작은 땅덩어리에 최대한 많은 집을 지으면서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십자가 모양으로 제법 머리를 썼구나. 예전의 단조로운 성냥갑 아파트 모양보다 구성 학적인 측면에서 훨씬 좋아 보인다. 마지막 마무리 공사로 페인트를 칠한다. 옥상 난간에 매인 굵은 밧줄 두 가닥. 아!~ 하늘 높이 치솟은 크레인에 매달렸다. 도장공은 그네를 타듯 밧줄에 달린 의자에 앉아 옆으로 크게 왕복을 하며 분무기를 뿌려댄다. 그네가 좌우로 크게 흔들릴 때마다 투박하고 단조롭던 회색 콘크리트가 상아색 계통으로 채색된다. 일 분 동안 아파트 옆면 한 층 반쪽이 칠해진다. 시계추가 이동하듯 아주 규칙적인 반복운동이다. 할 일도 잊은 채 한동안 물끄러미 그 광경을 지켜본다. 만일 나한테 그 일을 시킨다면 절대 못 할 것이다. 고소 공포증 때문에 나무 위에도 올라가지 못하는데. 그 도장공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삶의 경외감마저 들었다. 일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다. 수입의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다. 직업의 귀천 문제가 아니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우리는 남은 생애를 최선을 다하여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을 도색해야겠다. 가증스러움을 벗어 버리고 사랑의 색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타인들까지 더불어 사랑하며 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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