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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악산 산행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0. 10. 1. 09:08


       
        관악산 산행 소리새 / 박종흔 가을이 깊어가는 9월 말 수도권에 사는 초등 동창들과 관악산 산행에 나섰다. 하늘은 비취색으로 물들고 흰 구름도 높아 보였다. 동네 산에만 오르다 난생처음 관악산에 오른다 생각하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등산 장비를 갖추고 썬 크림도 짙게 바르고 수원에서 사당행 버스에 올랐다. 사당에서 친구를 만나 과천청사에서 친구들과 합류했다. 코리언 타임 이랬던가? 시간 약속의 희미함이 그날도 이어졌다. 10시 반에 출발하기로 한 것이 한 시간이나 늦어져 거의 정오가 돼서야 산행이 시작되었다. 서울대 쪽 관악산 입구엔 김밥을 판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가는 쪽은 김밥은커녕 슈퍼도 없었다. 배고프면 산행은 정말 힘 드는데. 결국 임시 총무를 맡은 친구가 시내 쪽으로 한참을 걸어가 김밥을 사 왔다.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네가 평생 총무 하라고 부추긴다. 한 친구는 두 시간 코스라 하여 배낭도 없이 구두를 신고 몸만 왔다. 전에 다리를 다쳐서 조금은 불편한 것 같은 몸으로 산행에 동참했다. 점점 난도가 높아지는 산행. 열심히 앞사람 꽁무니를 따라 묵묵히 걸었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별로 힘든 것은 느끼지 못했다. 복주머니라는 바위가 인상적이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산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또래의 중년들이다. 하긴 젊은이들이 이런 산행을 좋아하지는 않겠지. 이제 건강을 생각하는 나이고, 마땅한 놀이가 없기에 산에 오르겠거니 생각했다. 나 역시 산행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자진해서 산에 오른다. 큰 바위 아래서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해가 지기 전에 하산해야 하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가을꽃은 피어나고 이름 모를 많은 식물이 자갈 틈에서 어려운 생을 이어간다.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자연. 8부 능선에 올라 내려다보니 서울 강남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이 작아 보인다. 산 정상의 탑과 건물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군 시설이 아니라 민간 송신탑이라고 한다. 그 전용으로 쓰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상 부근에 이르자 케이블카 철탑 부근의 돌계단에 웬 쇠말뚝이 박혀있었다. 그 단단한 돌 틈에 엄지손가락 한 개 반은 되는 쇠막대를 머리끝까지 박을 이유가 있을까? 다른 친구들은 못 봤는지 그냥 지나갔지만 예리한 내 눈에 걸렸으니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한민족의 맥을 끊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산은 물론 바닷속에도 쇠막대를 박았다고 했는데, 그 쇠막대도 그런 것 같았다. 참으로 치졸한 인간들이다. 말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감히 타국의 국모를 칼로 시해하고 국권을 강탈하는 야만적인 인간들. 강제 노역을 시키고도 배상도 하지 않고, 처녀들을 잡아가 위안부로 만들고는 자원해서 돈 벌러 왔다고 생떼를 쓰는 인간들. 그들의 타고난 성품은 지금도 말로만 사과하는 체 하고, 항상 그러하듯 뻔뻔스럽게도 또 다른 궁리를 할 것이다.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니 말이다. 독도는 비록 바위섬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독도 주변에 매장된 지하자원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천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욕심 많은 일본이 그것을 미리 알았으니 생떼를 부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일본을 고운 시선으로 봐줄 수 없는 것인지도. 일본인이 쇠막대를 박은 것을 알아내 자비를 들여 그 쇠막대를 뽑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으로 쇠막대를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분을 알게 되었다. 문자를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사진을 보내 드리고 위치를 알려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신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분 같은데 목소리가 우렁차고 생명이 넘친다. 자비로 이처럼 좋은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시다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기에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도 반만년 동안 이 나라가 건재한 이유이다. 두 시간인 줄 알고 산행에 참여했던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다. 아픈 다리를 끌고 무려 6시간을 오르내렸으니. 산에서 내려와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풀린다. 7명 중에 3명은 다시는 이 산에 오지 않겠다고 한다. 무척 고생한 것 같다. 하산해서 저녁을 먹고 뒤풀이도 생략한 채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관악산 산행을 마쳤다. 혼자라도 또 가고픈 관악산 가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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