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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밥
    나의 이야기(창작~수필·칼럼) 2010. 9. 8. 00:11


       
        김밥 소리새 / 박종흔 무척이나 덥고 지겨웠던 여름이 떠났다. 한밤중에도 콘크리트의 열기가 후끈거리며 열대야의 고통이 무엇인지 체험 학습을 통해서 질리도록 배웠던 여름. 여름 내내 안방을 버리고 거실에서 창문을 모두 열고 잠을 청했지만 밤의 열기는 곤한 잠을 청하지 못하게 만들고 항상 무거운 머리로 아침에 기상하기 일쑤이다.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내 체질을 탓하며 빨리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다. 끝없이 지속할 것 같았던 무더운 여름이 태풍 두 개가 연거푸 지나니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달아나 버렸다. 밤엔 이불을 덮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제 내 세상이다. 그동안 내가 더위를 많이 타서 고생했지만 이제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니 행복하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곧 응수한다. “세상에 가을 싫은 사람이 어디 있어?” 흠!~~~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을. 일주일 전 애완견과 장난하다 발가락을 세게 물려 아직도 불편하다. 귀가 축 늘어진 영국 사냥개를 작게 만든 애완견~ 일명 코카로 불린다. 이제 나이가 9살의 완전 노총각이다. 아직도 제가 사람인 줄 착각하고 집에서 서열 2위로 군림하려고 하는 무식한 강아지. 이름은 빌리이다. 유명한 목사님 이름을 따서 빌리라 지었다.^^ 발바닥을 물려서 잘 걷지도 못하면서 저녁 운동을 대충 하고 강아지 운동을 시키러 일찍 집으로 왔다. 자그마치 무게가 15kg이나 나가니 이건 애완견이 아니라 완전 돼지이다. 성질은 얼마나 사나운지 보는 강아지는 모두가 적이다. 그러니 9살이 되도록 총각 딱지를 떼지도 못했다. 그 대신 휴지를 보면 나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낸다. 운동을 시키러 나갈 때는 항상 커다란 봉투를 들고 나간다. 그 안에는 두루마리 화장지, 물, 컵, 신문 자른 것, 작은 비닐봉지 등등. 강아지 외출용 큰 봉지를 들고 나간다. 골목에 나가자마자 다리를 들고 영역 표시를 한다. 세어보니 변은 3번 나눠서 보고, 소변은 20번 정도 아주 조금씩 짜내기를 한다. 사람들의 투기하는 것을 배웠는지 다리만 들면 모두가 제 땅이란다. 강아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빈 손수레가 눈에 띄었다. 동네의 큰 마트 앞에서 빈 손수레를 세우고 쭈그리고 앉아 무엇을 생각하는 할아버지. 키가 작고 무척 마르셨다. 검은색 계통 옷을 입으셨는데 때 기름이 잔뜩 묻어 불빛을 반사한다. 너무 초췌한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저번에도 그 부근에서 봤다. 바로 그 할아버지를 또 본 것이다. 너무 허기지신 것 같아서 마트에 가서 빵과 우유를 드렸더니 냉큼 받아 드신다. 할아버지 옆에 있는 빈 손수레. 찌그러진 깡통 서너 개가 자리 잡았다. 요즘은 고물과 폐지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많이 나오는 곳은 고정적으로 수거하는 사람이 있으니 감히 그런 곳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끼니 걱정 때문에 고물을 주우러 나왔지만 건진 것은 고작 깡통 몇 개뿐. 그런 힘든 삶을 고민하셨을까? 빨리 집으로 가자고 씩씩대는 강아지를 다시 돌려세우고 근처 김밥집으로 갔다. 주머니엔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김밥 세 줄을 포장해 달래서 곧장 그 할아버지에게 갔다. 눈치를 흘끔 보다가 할아버지를 불렀다. “저~ 할아버지~ 김밥 지금 샀거든요~드실래요?” 그 할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고맙다 하시며 받으신다. 받아 주시니 감사하다. 예전에도 몇 번 그런 일을 하면서 무안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골목을 다시 한 바퀴 돌며 김밥을 드시나 봤더니 그 자세 그대로 돌 위에 앉아 계신다. 김밥은~? 손수레를 보니 찌그러진 깡통 옆에 김밥을 담은 검은색 봉투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김밥을 왜 안 드실까? 시장하실 텐데. 집에 다른 분이 계실까? 아마 할머니나 손주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김밥. 그 소유권은 이제 할아버지에게 갔으니 내 임무는 다했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할까 말까 하다 아직 안 했다. 뭐~ 내 블로그를 자주 보니 금방 알겠지. 가을의 밤은 아름답지만 우리 주변엔 아픔이 많은 분이 있다. 그 김밥 오늘 지나면 상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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