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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킬나의 이야기(창작~시) 2009. 7. 12. 00:06
164 로드 킬
소리새/박종흔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린다
맺혔던 한 풀이라도 하듯
하늘 커다란 구멍 내고
양동이로 비를 쏟아 붓는다
비가 잠시 숨 고르기 하고
우산 펼쳐들고 길 나설 때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로드 킬 당한 검은 고양이
고양이는 아스팔트에 엎어져
무언의 항의 하듯
늘어진 사지 뻗고
온몸으로 장대비를 맞는다
수많은 거리의 행인들 지나치며
우산 속에 얼굴 숨기고
옆 눈으로 흘겨보며
아무렇지 않게 가던 길 재촉한다
그들은 자신 일 외에는
아무런 자비도, 관심도 없다
무엇이 그들을 무심케 만들었을까?
다시 삶의 회의에 화살 당긴다
갑작스런 로드 킬 당해
그동안 피곤하고 지친
속박의 짧은 생 마감한
집 잃은 검은 고양이
오늘 그 모습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내일 일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우리들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시대의 벽에 부딪혀 죽고
사랑의 배신에 목말라 죽고
가난에 허덕이다 죽어도
애증의 그림자마저 사라진 지금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사람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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