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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 내리는 날나의 이야기(창작~시) 2009. 6. 17. 10:33
151 이렇게 비 내리는 날
소리새/박종흔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유리창에 입김 호호 불어
유리 그림판 만들고
검지 길게 뻗어
창밖 바쁜 풍경 그린다
창밖 소재 싫증나면
옛 추억도 그려 본다
아득히 먼 지난 날
구부러진 시골길 거닐다
소나기 피하러 밭에 뛰어든 곳
푸른 우산 가득한 토란 밭
커다란 토란 잎 두 개
하나 씩 머리만 가린 채
하얀 이 드러내며
무엇이 좋은지 연신 키득인다
소나기에 옷 흠뻑 젖어
입술 파래지고 덜덜 떨리던
시골길 소나기 내리던 날
소년은 그렇게 자란다
그러면서 행복을 배운다
세월은 강물처럼 말없이 흐르고
상큼한 소나기 대신
하얀 서리 머리에 내리고
불혹의 나이 부러워지는
중년의 비 내리는 날
중년 사내는
혼자만의 독백을 하며
거울 앞에 선다
순진한 소년 간데없고
탐심 가득한 중년이 비친다
끝없는 유혹과 욕심에 시달리다
지쳐버린 자화상
어디부터 수정을 해야 하는지
물끄러미 창밖 바라보는
이렇게 비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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