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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소리새 / 박종흔 꽃바람 타고 날아온 분홍 편지에 겨울이 쓰러진다 겨우내 얼었던 동토의 뜰에도 풀 향기 싣고 달려오는 봄! 하늘 선율에 맞춰 나비 춤 선보이며 연초록 향연 열리는 가슴 뛰는 봄! 사람들은 풍성한 소망 담아 농군의 심정으로 밭에 씨앗을 뿌린다.
구제역 / 소리새. 박종흔 굽이 갈라진 짐승 혀, 입술, 잇몸, 코, 발굽사이 수포와 고열 때문에 미칠 것 같지만 침 질질 흘리고 걸을 수 없지만 무릎으로 기어 다녀도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일백만 마리 또 그 이상 얼마나 많은 숫자일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매몰 행렬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생매..
등대 소리새 / 박종흔 어둠의 두려움도 깊은 바다에 빠져 무거운 침묵에 잠긴 외로운 섬 인적 끊긴 밤바다엔 갈매기도 하얀 포말도 보이지 않는다 파도 소리 맴도는 끝없는 바다의 사막 슬픈 바다는 언제나 목마르다 홀로 깨어 한 줄기 빛 발하는 등대 등대는 오늘도 새벽을 기다린다.
눈 내린 새벽 소리새 / 박종흔 눈 내린 새벽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엔 밤 새워 하얀 그리움이 누워있다 장독대 위 하얀 빵 만들어 놓고 하늘로 날아간 천사 천상에 오르다 떨어뜨린 낙인찍힌 봉투 하나 아무도 모르게 밀봉된 그 봉투엔 봄의 꽃향기 가득하다.
세월에 쓰는 편지 소리새 / 박종흔 당신이 그리워 소중한 이름을 생각하며 날마다 보고 싶은 당신의 이름을 가슴으로 불러보네 하늘엔 쓸쓸한 조각구름 떠돌고 바람 휑하게 부는 날 부질없는 생각에 긴 밤 지새던 수 많은 시간들... 우리들의 사랑은 바이올렛 향연을 꿈꾸며 그렇게 시작 되었지 아득히..
겨울 배웅 소리새 / 박종흔 함박눈 가득 내려와 온 산과 들판을 뒤덮는 겨울 들뜬 마음도 잠시 뿐 혹한은 지칠 줄 모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얼리고 강과 바다마저 얼려 놓았다 먹이를 찾지 못한 동물들이 굶주림에 민가로 내려오지만 간사한 인간들에겐 먹이를 주는 대신 바베큐가 되는 동물의 아픔이 ..
무료식사 소리새 / 박종흔 땅거미 내리는 저녁 역 앞 공터엔 약속이라도 한 듯 회색과 검은 외투를 입은 고개 숙인 사람들이 모인다 칼바람이 뼛속을 파고드는 겨울 백여 명의 사내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배식 차례를 기다린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자원봉사단의 무료식사 시간 이렇게 한 ..
갈매기의 꿈 소리새 / 박종흔 삶의 무거움 끌고 가는 중년의 여정 인생의 고갯길 너머 또 하나의 문을 연다 지나온 연민의 세월 흔들리는 그림자 황혼의 노래 부르며 외로운 나들이를 떠난다 풀잎에 매달린 감미로운 이슬처럼 그대 향한 마음으로 승화되어 나는 날 영혼의 갈급함 해방되어 내일을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