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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양심나의 이야기(창작~시) 2014. 2. 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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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양심
소리새/박종흔
어느 날
눈에 밟힌 고양이 두 마리
모두 살리려 했지만
다리 부러진 어미 고양이가 죽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그저 방관자의 입장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삶과 죽음
그것이 무엇이던가
어둠이 내린 밤거리
아기 길고양이가 눈에 밟힌다
봄날이 열리는 길목에서
산행을 마치고 나서는 발길은
구름을 밟는 것처럼 두둥실 떠 있었으니
그 무엇이 여린 마음을 억눌렀을까
라면과 김밥을 하나씩 시키고
김밥에서 빼낸 햄 몇 조각을 쌀 때
그 사연을 듣고
햄 몇 줄을 더 싸준 마음씨 고운 아줌마
아직 세상엔 바른 양심이 살아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찾은 골목
햄 몇 조각을 아기 고양이에게 건네준다
비록 한 끼의 양식이지만
너에겐 생명 줄이 될 터
그냥 살아남거라
주어진 삶은 살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