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매달기 소리새/박종흔 파란 하늘 도화지 펼쳐 흰 구름 붓끝 휘감아 가을 향기 칠하는 들녘 부러진 가지에 매달린 농익은 홍시 천상의 맛 뚝뚝 떨어트린다 가는 가을 아쉬워 그랬을까? 빨랫줄에 널어놓은 오색 단풍잎 집게로 야무지게 집어 놓았다.
그 길 소리새/박종흔 어느 날 우연히 시작된 작은 생명과의 조우 그 순간 만남을 사람들은 인연이라고 하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슴의 파동으로 전해지는 안타까움, 측은함 언제부턴가 그 길은 꼭 가야만 하는 천상의 길처럼 보였죠 바른길, 옳은 길이지만 아무리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의 연속 눈에서 멀어지면 잊히는 게 순리라던데 아~ 그 길이 캣맘의 심정일 것인데.
유리창엔 비 소리새/박종흔 비 내리는 커피숍 유리창 너머의 작은 정원 외진 꽃밭 모퉁이 잔뜩 웅크린 채 더부살이하는 하얀 손님 향기가 없어 초대받지 못한 까닭인가? 유리창엔 비 빗방울 따라 흔들리는 어색한 춤사위 끄덕끄덕 고개 흔드는 개망초 온몸으로 떨고 있다. Giovanni Marradi - Mamma
인연 소리새/박종흔 한 방울로 발원한 물 상류에서 하류로 저마다 흐르는 길이 있듯이 꽃잎 한 장 나뭇잎 하나 각자 정해진 자리에 떨어진다 세상에 태어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스치는 수많은 생명과의 조우 그대와 나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터 우리 이제 아파하지 말자 너무 미워하지 말고 너무 그리워하지도 말자
훠이 훠이 소리새/박종흔 비 내리는 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길목 세상에 던져진 인생처럼 길바닥에 버려진 찢어진 봉투가 바람에 쓸려간다 훠이 훠이~ 훠이 훠이~ 사계절 두 팔 벌린 채 실없이 웃고 있는 허수아비 지쳐버린 계절 벗 삼아 텅 빈 가슴으로 인내하기는 우리 역시 그러하다.
물망초 소리새/박종흔 보일 듯 말 듯 세월의 강 너머 홀로 핀 그리움 오늘도 가슴으로 전하는 사랑의 속삭임 그대여! 나를 잊지 마세요.
삶과 생 소리새/박종흔 내 한 마디만 하리다 그대, 삶이 무엇이뇨? 삶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물안개와 같은 것 생은 무엇이뇨? 숨은 쉬지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나니 그대 홀로 외롭다고 너무 설워치 말라 삶과 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시기 거시기와 같은 것
봄 마중 산행 소리새/박종흔 하얗게 얼어붙은 하늘 동토의 땅에 비치는 실루엣 햇살 동장군 볼 가득 힘 모아 찬바람 불어 보지만 하늘에 걸린 정겨운 태양 빙판 산길 남쪽부터 녹인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봄을 기다리며 가는 겨울 등 떠밀지만 왠지 짠한 이 기분은 뭐지? 겨울이 가기 전 한 번 더 들어 보자꾸나 사그락 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 "Gabriel's oboe - Nella fantasia"